일요일인 21일 오후 2시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주최로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2011학년도 입시설명회에서 EBS 언어영역 강사인 윤혜정 교사가 이같이 요청하자 절반을 넘는 참석자가 무거운 짐을 들어올리듯 손을 들었다.
"점수가 오른 사람은 손들어달라"는 윤 교사의 요청이 이어지자 학부모와 학생들은 혹시라도 손을 드는 사람이 있을까봐 긴장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봤다.
청중 가운데 손을 든 사람이 보이지 않자 참석자들의 표정엔 안심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날 설명회장의 분위기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주요 영역의 등급 커트라인이 많이 떨어져 눈치작전이 그 어느때보다 치열할 것이라는 학원가의 예상대로였다.
입구에서 각 대학이 나눠준 모집요강 자료를 두손 가득히 들고 대강당에 들어선 학부모들은 2천900여 좌석에 빼곡히 들어앉아 2시간30여분간 대부분 자리를 한번도 뜨지 않고 EBS 강사와 대교협 관계자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EBS 강사들이 올해 수능 출제 경향을 분석하는 첫 시간은 경향에 대한 분석보다는 혼란스러워하는 학부모와 학생들의 마음을 달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수리영역 강사인 심주석 송도고 교사는 "학부모에게 무한한 죄인이 된 듯한 느낌이다. 역대 수능은 수험생이 동요할 것을 우려해 1교시는 쉽게 출제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번엔 그렇지 않았고 다음 시간인 수리영역에도 영향을 준 것 같다"며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언어영역 윤 교사는 "나만 못봤다는 생각은 내려놨으면 좋겠다. 표준 점수나 백분위는 나와 봐야 아는 거다"며 참석자들의 기운을 북돋는 데 주력했다.
수시 2차 지원전략 설명이 이어지자 참석자들은 주최 측에서 나눠준 자료집에 밑줄을 치거나 준비해 온 수첩에 대교협 입시전문가의 설명을 받아적는 등 조금이라도 많은 정보를 얻어가려고 애를 썼다.
준비해 온 디지털 카메라로 대형 스크린에 떠있는 파워포인트 화면을 페이지마다 찍는 학부모도 눈에 띄었다.
올해 수시 1차에서 4년제 대학에 예비합격하지 못했다는 분당 야탑고 3학년 윤동혁(19)군은 "예년보다 많은 71만명이 올해 응시했는데 시험도 잘 못봤다. 원래 강남대 사회복지학과에 정시로 지원할 생각이었는데 다른 대학이라도 수시 2차에 관련학과가 있다면 모두 지원할 생각이다"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딸과 함께 왔다는 이재옥(50)씨도 "정시로 서울여대에 지원하려고 했는데 점수가 잘 안나와 힘들게 됐다. 딸이 재수하겠다고 하는데 그래도 모든 방법을 동원해 올해 대학에 보내야겠다는 생각에 억지로 끌고 나왔다. 무엇보다 정보가 중요하지 않나"고 말했다.
대교협은 이날을 시작으로 22일 대구 대륜고 대강당, 23일 부산 교육연구정보원 대강당, 내달 8일 다시 서울 올림픽체육관에서 대입설명회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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