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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한국형 용병' 라돈치치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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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11-21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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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성남 일화의 라돈치치(27.몬테네그로)가 마침내 잠자던 해결사 본능을 발휘했다.

라돈치치는 21일 오후 울산문수경기장에서 펼쳐진 쏘나타 K-리그 2010 챔피언십 6강 플레이오프 울산과 원정경기에서 1-1로 맞서던 후반 21분과 26분에 각각 1골 1도움을 올려 성남을 준플레이오프에 진출시키며 이날 경기 MVP가 됐다.

2004년 21살 어린 나이에 일찌감치 먼 이국땅 한국으로 건너온 라돈치치는 시민구단 인천 유나이티드에 입단했다.

지난해 성남 유니폼을 갈아입고 새 둥지를 튼 라돈치치는 올 시즌 31경기에 나서 13골 6도움을 올리며 몰리나(12골 8도움)와 함께 성남의 챔피언십행을 이끌었다.

올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이하 ACL) 8강 1차전 수원과 경기에선 혼자 두 골을 몰아넣어 성남의 ACL 결승진출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라돈치치는 비록 경고 누적으로 조바한(이란)과 ACL 단판 결승전에 나서지 못했지만 팀에 합류해 동료들을 뒤에서 도왔다.

ACL 결승전을 하루 앞둔 지난 12일 성남은 결전의 장소인 도쿄국립경기장에서 오후 늦게 몸풀기 훈련에 나섰다.

5-2 공빼앗기 훈련에 임한 성남 선수들 가운데 유독 큰 환호성과 웃음소리로 그라운드를 뛰어다니는 선수가 눈에 들어왔다. 막상 다음날 결승전에선 잔디를 밟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컸던지 라돈치치는 중간 중간 빈 골문을 향해 큼지막한 대포알 슈팅을 날렸다.

하지만 라돈치치는 섭섭한 마음을 접고 누구보다 흥겨운 모습으로 선수단 분위기를 유쾌하게 이끌었고 마침내 성남은 다음날 ACL 우승컵을 들어 올려 아시아 클럽 축구를 제패했다.

은빛 폭죽과 함께 하얀 축포 연기가 시상식 무대를 장식할 때에도 라돈치치는 어느 선수보다 기뻐했고 감격했다.

그날 밤 도쿄시 신주쿠 구에 있는 뒤풀이 모임에 라돈치치는 여자친구와 함께 참석했다. 주장 사샤와 한 테이블에 앉은 라돈치치는 결승전에서 골을 넣은 수훈 선수들의 이름을 연달아 크게 외치며 분위기를 띄웠다. 정작 자신의 이름은 연호되지 않았지만 또박또박 정확한 한국말로 그날 우승의 주역들을 축하했다.

어느덧 한국 생활 7년째. 라돈치치는 호주 출신인 사샤가 보는 앞에서 뜨겁게 달구어진 돌판 위에 소고기를 능숙능란하게 구웠고 구단 사람들과는 한국말로 이야기를 나누며 박장대소했다. '한국형 용병'이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은 장면이었다.

하지만 간간이 라돈치치의 얼굴에선 결승에 나서지 못한 데 대한 진한 아쉬움이 엿보였다.

라돈치치는 여러 번 태극마크를 달고 싶다고 말했다. 기회가 오면 한국인으로 귀화해 국가대표로 뛰고 싶다는 의견을 밝힐 정도로 한국 사랑은 각별하다.

이제 K-리그 정상에 서기 위한 막판 단판싸움에 라돈치치가 가세했다. 그리고 첫 관문에서 역전골과 쐐기골을 만들어 냈다.

성남은 지난해 문턱에서 좌절했던 K-리그 우승을 향해 닻을 올렸다. 라돈치치가 이끄는 성남호가 순항할 수 있을지 흥미롭다.

new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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