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광저우 광다체육관. 카자흐스탄과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펜싱 에페 단체전 결승전을 앞두고 김원진(26.울산광역시청)은 잔뜩 긴장했다.
지난 18일 에페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김원진은 내심 2관왕을 노리고 있었고, 결승전 1번 주자로 낙점을 받아 조명이 비추는 플로어에 섰다.
한국은 결승전을 앞두고 행운도 따랐다. 홈팀 중국이 준결승에서 카자흐스탄에 덜미를 잡혀 한국은 관중의 일방적 응원을 피할 수 있게 돼 선수들도 마음 편하게 경기에 나설 수 있었다.
김원진은 엘미르 아림자노프와 맞붙어 5-2 완승을 하고 승리의 기운을 2번 주자인 '동갑내기' 정진선(26.화성시청)에게 넘겨줬다.
상승세를 탄 한국은 카자흐스탄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였고, 김원진은 네 번째 경기에 또 나서 20-7을 만들며 사실상 승리의 주역이 됐다.
끝내 한국은 카자흐스탄을 45-31의 압도적 점수 차로 이기고 지난 2006년 도하 대회에 이어 2회 연속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금메달을 확정한 남자 대표팀은 심재성(44) 코치를 헹가래치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펜싱 대표선수 가운데 가장 먼저 2관왕에 오른 김원진은 "초반 분위기가 승리를 좌우하는 만큼 긴장을 많이 했다"며 "2관왕이 된 게 기쁘지만 솔직히 단체전 우승이 개인전 우승보다 더 좋다. 선수 모두 그동안 훈련하면서 고생을 많이 했다. 함께 부둥켜안고 승리를 나눌 수 있어서 더 행복하다"고 강조했다.
2관왕의 영광을 차지한 김원진에게도 시련의 시간은 있었다.
비인기 종목의 선수로 뛰면서 경제적인 어려움도 있었고,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김원진을 힘들게 했다. 이 때문에 김원진은 펜싱을 그만두려고 마음을 먹고 올해 초 태릉선수촌을 스스로 걸어나오기까지 했다.
김원진은 "부상도 겹치고 장래에 대한 확신도 서지 않아 운동을 접으려고 했다"며 "소속팀에 복귀했는데 코치님이 다시 펜싱을 시작하라는 동기 부여를 많이 해주셨다. 그 코치님도 현역 생활을 그만두고 나서 올림픽에 도전하지 못했던 아쉬움에 후회를 많이 했다고 하셨다. 그래서 다시 검을 잡고 대표 선발전에 나서 1등으로 뽑혔다"고 말했다.
그는 "2년 뒤에 다가올 런던 올림픽에서도 후배들과 함께 경쟁하며 꼭 금메달을 노리겠다"는 각오도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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