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조용성 기자) 대만의 반한감정이 현지 지방선거 바람을 타고 확산일로를 걷고 있다.
지난 17일 아시안게임 여자 태권도 49㎏급 1차 예선에서 대만의 양수쥔(楊淑君) 선수가 금지된 발뒤꿈치 센서 착용으로 몰수패한 뒤 일부 대만인들은 한국학교에 달걀을 던지고, 한국산 전자제품을 부수는 등의 반한(反韓) 운동을 벌였다.
양수쥔선수의 잘못이 명백하다는 의견은 거센 반한감정에 묻힌채 파문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특히 21일에는 "대만 네티즌들이 청와대 페이스북에 중국말로 '한국인은 개'라는 욕설을 다수 남겼고 그 후 청와대 홈페이지가 장시간 다운됐다"고 대만의 차이나타임스가 22일 전했다.
게다가 오는 27일 대만 5개 직할시에서 실시될 예정인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당인 국민당과 야당인 민진당의 수뇌부와 후보들이 한목소리로 이번 사건을 득표전에 이용하면서 파문은 더욱 확산되는 양상이다.
민진당 후보들은 유세전에서 "이번 사건 이면에는 중국의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 "중국과 한국의 심판이 연합해서 대만선수를 실격시켰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더욱이 "양수쥔이 억울하게 당했지만 마잉주(馬英九) 대만총통은 중국의 눈치만 보고 있으며, 대만을 중국의 노예로 몰아가고 있다"는 등의 자극적인 말들도 나오고 있다.
이에 뒤질세라 여당인 국민당 후보들 역시 양수쥔을 적극 보호하고 있다는 모습을 취하고 있다. 여당 의원들은 국민당의 타이베이(臺北) 시장후보를 지원하는 유세전에서 직접 태권도복을 입고 나와 양수쥔을 응원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여당측 타이베이 시장후보는 "양 선수에게 금메달리스트와 같은 대우를 제공하겠다"며 유권자들의 심리를 자극했다.
사태가 확산되자 마잉주 총통도 직접 나서 "무고한 사람에게 화가 미치지 않도록 전 국민이 이성을 지키자"며 진정을 당부했다. 하지만 마 총통은 "양수쥔 선수가 실격한 억울한 사건은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한다"며 반한감정의 불씨를 남겨두었다.
한편 1992년 한국이 대만과 단교한 것이 대만의 반한 감정을 폭발시키는 근본적 배경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18년 전 일이지만 대만 사람들은 아직도 그 문제를 거론하며 큰 배신감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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