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그토록 주장해 온 대외 불안요인이 다름아닌 우리 내부에 있었던 셈이다. 정부는 이번 사태로 당장 금융시장에 충격이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국내외 투자자들의 이탈을 막을 뾰족한 묘수가 없는 터라 경제성장을 저해할 강력한 요인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24일 정부와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세계 금융시장이 이날 하루종일 한반도 리스크로 일대 혼란을 겪었다. 전날 뉴욕증권시장(현지시간)은 한반도 리스크가 전해지면서 전날보다 무려 142포인트 폭락한 1만1036에 거래를 마쳤다. 아일랜드발 재정위기로 곤혹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유럽주가 역시 6주만에 최저수준으로 하락했다.
연평도 발 위기요인이 전 세계 투자자들로 하여금 안전자산 선호현상을 부추기는 결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미국 달러화는 급등한 반면 상대적인 위험자산인 원화는 역외시장(NDF)을 강타하면서 현물 시장에서도 그대로 반영됐다.
정부가 이날 오전 명동은행회관에서 임종룡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관계부처 긴급 경제·금융상황점검회의를 열어 외화유동성 투입 등의 대책을 내놓으면서 얼어붙은 투자자들의 심리가 다소나마 안정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불안감은 지속되고 있다.
NDF 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이날 오전 7시 현재 전날보다 37.50원 오른 1175원에 거래가 되고 있다.
채권시장에서도 투자자들의 이탈은 가시화됐다. 연평도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국제금융시장에서 한국의 대외 위험정도를 나타내는 지표인 국채 5년물 CDS프리미엄 금리가 이날 오전 7시 현재 107bp(1bp=0.01%포인트) 수준까지 치솟았다.
부도 위험을 사고파는 파생상품인 CDS프리미엄 금리가 높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부도위험이 높아졌다는 것으로 우리 경제의 불안정성이 심화됐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외국환평형기금채권 가산금리도 지난 22일 84bp에서 북한리스크가 불거지면서 요동쳤다. 이에 따라 이날 장내시장에서도 지표금리인 국고채 5년물 수익률은 전날보다 %포인트 하락한 채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 지수는 연평도 사태가 반영되기 직전인 23일 1928.94포인트로 거래를 마쳤지만 이날 장 시작과 동시에 포인트가 주저앉아 들쑥날쑥 장세가 하루 종일 계속됐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도발과 우리의 대응이 이전과는 다른 양상에 주목하고 있다. 북한의 추가 도발에 따른 확전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는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를 계기로 한국의 신용도 상승이라는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중에서도 한반도 리스크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해 온 '무디스(Moody's)'의 토마스 번 수석부대표는 이날 한 외신에 연평도 포격이 '안정적(A1)'인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해외시장에서의 자금조달마저 여의치 않을 수 있다.
이는 곧 수출지향적인 국내 실물경제에도 일정정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어 내년 한국 경제성장에 커다란 장애요인으로 부각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번 사태가 미치는 영향에 대한 24시간 모니터링 체제를 구축하고 금융시장 혼란을 최소하하기 위한 시장 안정방안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이번 사태가 과거 북한 관련 유사사례에 비춰볼 때 상황이 추가적으로 악화되지 않는 한 영향은 일시적일 것"이라며 다만 "향후 사태 진전 추이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도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정부가 내놓을 추가 대책에 의구심을 보내고 있다.
오석태 SC제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추가 도발시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게 한계가 있다. 이미 각종 제재속에 다 포함돼 있어 별로 할 게 없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외자규제에 대한 추가대책은 시장상황이 안정된 후에 강구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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