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23일 발생한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건과 관련, 북한과 특수 관계인 중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집중적으로 주문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북한의 최근 호러쇼(horror show)'란 제목의 사설에서 중국은 연평도 도발 이후 예상했던 대로 북한을 비난하지 않은 채 '실패한' 6자회담의 재개만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이런 상황 뒤에 숨어서는 안 된다"고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신문은 "새로운 회담은 북한의 방향전환 없이는 성공할 수 없고, 중국만이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전제하고 "미국과 동맹국들은 북한이 위험한 행동을 중단할 수 있도록 중국의 책임있는 역할을 요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문은 최근 북한이 공개한 원심분리기와 관련, "파키스탄으로부터 온 것으로 추정되지만 중국 정부의 승인없이 중국으로부터 들어왔다는 전문가들의 관측도 있다"고 덧붙였다.
신문은 그러면서 추가적인 대북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사설은 이어 "미국 정부는 북한의 나쁜 행동에 대해 어떠한 보상도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고수해야 한다"며 "평양에 특사를 보내는 대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해 대북제재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NYT)도 23일 '골치아픈 이웃을 둔 중국'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북한의 과거 도발시 중국이 적극적으로 나섰을 때에야 비로소 제한된 대북제재가 통과됐었다며 중국의 역할론을 간접적으로 강조했다.
신문은 "2006년 7월 미국의 독립기념일에 맞춰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중국은 '뻔뻔하다(brazen)'는 강경한 표현으로 북한을 비난했었다"면서 중국의 이같은 태도가 있었기에 당시에 제한적이지만 유엔 안보리 결의 1695호가 통과됐다며 중국이 이번에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얼마나 행사할 수 있을지에 주목했다.
신문은 중국 정부도 북한의 도발행위에 불쾌감을 느끼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북한에 대한 영향력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중국 전문가들을 인용, "공산당과 인민, 군부에 이르기까지 중국은 북한의 악당같은 행위에 지쳐가고 있다"면서 "전략적으로 중국이 북한에 납치된 상태"라고 전했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도 23일자 '북한의 공격:미국의 대응 옵션'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미국의 최우선 목표는 갈등의 격화를 방지하는 것이기 때문에 선택의 폭은 한정돼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보니 글레이저 선임연구원은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역시 과잉대응을 해서는 안 된다"며 "미국은 그 대신 북한이 도발행위를 중단하도록 다른 국가들이 압력을 가할 것을 촉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레이저 연구원은 "이 시점에서 중국이 미국을 지지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면서 "중국 역시 도발사건에 충격을 받았고 화가 났기 때문에 미국이 중국의 지지를 얻어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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