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가 옛 소련권 국가들의 경제협력체인 러시아-카자흐스탄-벨라루스 3국 경제공동체(관세동맹)에 참여할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고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이 26일 보도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추진해 온 유럽연합(EU) 가입을 포기하고 러시아가 주도하는 경제협력체에 들어올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친(親) 러시아 성향의 빅토로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 근교 고르키에서 열린 러-우크라이나 국가간위원회 회의가 끝난 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한 공동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의 3국 경제공동체 가입이 가능하다"며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헌법 개정 등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그러면서 "헌법 개정 문제는 의회에서 해결하든지 아니면 국민투표를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그러나 더 이상의 자세한 계획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는 올해 초 물러난 친서방 성향의 빅토르 유셴코 전(前) 대통령 집권 기간(2005년~2010년) 동안 EU와 나토 가입을 적극 추진했다. 서방의 경제ㆍ안보적 지원을 받아 러시아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위한 정책의 일환이었다.
하지만 자국 국경 바로 인근까지 서방군사블록이 확대되는 데 민감한 반응을 보인 러시아의 강력한 반발과 프랑스, 독일 등 일부 나토 회원국의 반대로 나토 가입이 무산됐다.
EU도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회원국 가입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초 취임한 친러 성향의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반기지 않는 서방에서 멀어져 옛 소련 '형제국'들과의 협력을 강화하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우크라이나가 러-카자흐-벨라루스 3국 경제공동체에 참여할 경우 EU 가입은 어려워 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내부에서도 아직 러시아 주도 경제공동체 가입에 대한 찬반 여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결정은 쉽지 않은 상태다.
옛 소련권 국가들간의 경제 협력을 심화시키기 위한 3국 경제공동체 구성에 관한 협정은 지난해 11월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체결돼 올 1월부터 발효됐다.
3국은 현재 2012년까지 관세를 완전히 철폐한 자유무역지대 창설을 목표로 필요한 절차를 밟아 가고 있다. 그 하나로 3국 총리는 앞서 13일 민스크에서 회담을 열고 거시경제정책 조정과 제3국으로부터의 불법이주 금지,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들의 법적 지위 등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한편 우크라이나의 3국 경제공동체 가입 의사 표명에 대해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이는 우크라이가 스스로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우리는 물론 우크라이나가 관세동맹에 참여하기를 원하며 이렇게 되면 큰 경제적 의미가 있겠지만 결정은 주권을 가진 국가의 선택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는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