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아들 역시 어머니 못지않은 탄탄한 내공을 자랑한다. 어릴 적부터 미성년자관람불가 등급 영화도 서슴지 않고 관람케 한 어머니의 독특한 영화 교육관 때문이다.
이렇게 영화라면 죽고 못 사는 이들 모자가 ‘영화’란 주제로 본격적인 대화를 나눈다면 과연 어떤 그림이 그려질까. 지난해 일본에서 펴낸‘로마에서 말하다’는 ‘아들과 나눈 영화 이야기’이자 부모와 자식의 소통과 공감에 대한 책이다.
두 사람의 대화인 이 책을 읽다보면 먼저 언급되는 모든 영화를 세밀하게 꿰뚫고 있다는 점에서 놀랄 것이다. 1940년대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 영화부터 2000년 이후 블록버스터까지 총 140편의 영화를 이야기하는데도 전혀 막힘이 없다. 두 사람은 그야말로 환상의 궁합을 자랑하는 파트너처럼 종횡무진 대화를 이끌어간다.
독자들이 책에 등장하는 영화를 잘 알지 못하더라도 단숨에 읽어 내려갈 수 있도록 적절한 설명과 해설을 각 페이지 끝에 붙이는 수고도 더했다.
시모네는 미국과 이탈리아에서 ‘스파이더맨 2’ ‘로드 오브 독타운’ ‘총독’ 등의 영화에서 어시스턴트로 일한 이력을 갖고 있다. 때문에 두 나라의 영화산업이 근본적으로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얘기도 서슴없이 던진다.
이밖에 21세기를 대표하는 명감독들과 그들에 얽힌 일화 및 작품소개, 요절한 영화계 스타를 추억하는 내용도 담았다.
이렇듯 시오노 모자가 나눈 대화는 세대차를 극복하고 서로 공감하는 명작들을 추억하며 시간을 갖게 한다.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이 계절, 잠시 일상의 무게를 내려놓고 꿈꿀 수 있는 시간을 갖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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