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인수전을 바라보며 드는 생각이 그렇다. 마치 1·2·3 시리즈로 기획된 영화 한 편을 보는 것 같다. 하지만 후속 시리즈 전개 양상이 재미없고 너무 뻔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차라리 후속편이 없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외환은행은 지난 29일 현대그룹과 현대건설 주식매매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하는 것으로 끝났을 이 영화가 조연(현대차·채권단)들의 퇴장 거부로 속편이 만들어지고 있다.
처음 시작부터 '집안 싸움'으로 비춰진 이 인수전은 자칫 사람들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남길 수 있었다. 하지만 현대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 사람들은 '역전 드라마'라며 감탄해 마지 않았다. 여기서 끝나야 했다. 그랬다면 많은 이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는 영화였다.
하지만 시장은 곧바로 현대그룹이 인수자금으로 제시한 프랑스 나티시스 은행에 예치한 1조2000억 원이라는 자금의 성격에 의문을 품었다.
여론이 들끓자 채권단은 현대그룹에 이를 소명할 것을 요구했다. 현대그룹은 이와 관련한 대출계약서 제출을 거부했다. 규정에 없다는 이유를 들어서다. 이에 MOU 체결 시한을 연장한다 어쩐다하는 갖은 추측들이 돌았다. 하지만 외환은행은 MOU체결을 연기할 어떠한 법적 근거도 찾지 못 하고 현대그룹과 MOU를 체결했다. 여기서라도 마무리 됐어야 했다.
하지만 채권단중의 하나인 금융정책공사가 들고 일어났다. 유재한 정책금융공사 사장이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그룹의 우선협상자 자격 박탈 가능성을 제기했다. 현대차그룹은 이에 발맞춰 채권단과 현대그룹을 향해 ‘법적 소송’이라는 칼을 빼들었다.
여기서부터 ‘속편’은 막장드라마로 치닫게 된다. 채권단 내 갈등까지 공식화되면서 등장 인물들 사이의 관계는 더 복잡하게 꼬이고, 맞고소와 같은 자극적인 장면까지 삽입되는 모양새가 그렇다. 세인들의 관심도 덩달아 뜨거워졌으니 ‘흥행’에는 성공(?)한 셈이랄까.
하지만 이제 끝내야 한다. 그래야 인수합병이 마무리 된 후 당사자들 사이에 남겨진 상처를 치유할 공간을 남겨 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현대그룹은 시장의 의혹을 씻기 위해 최선을 다 하고, 현대차그룹은 결과에 승복해야 할 것이다. 채권단도 분열된 의견을 하나로 다시 모아야 한다.
어느 누구도 지루하고 재미없는 시리즈물은 기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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