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삼성이 새롭게 구축할 컨트롤타워의 인선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또 퇴진한 이들 3인이 재무라인에서 호흡을 맞췄던 인사라는 점에서 새로 구축될 컨트롤타워는 과거 전략기획실의 역할과는 다를 것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이들 3명은 2004년부터 비자금 파문으로 전략기획실이 해체될 때까지 4년 동안 삼성의 재무 3인방으로 호흡을 맞췄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모두 PK(부산.경남) 출신이다. 아울러 공통적으로 제일모직 경리과에서 시작해 그룹 비서실로 편입한 정통 재무라인이다.
2008년 10월에는 조세포탈혐의로 나란히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 과정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은 이들 3인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뿐이다.
특히 이들은 삼성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업무를 맡아 왔다. 지금의 삼성계열사 지분순환구조 역시 이들의 작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길게는 1982년부터 20년 넘게 삼성 콘트롤타워에서 근무하며 그간 삼성의 재무를 담당해온 이들이 동시에 용퇴하면서 아직 마무리가 채 이뤄지지 않은 삼성의 경영권 승계 역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우선 지주회사 격인 삼성에버랜드의 지분 25.6%를 갖고 있는 삼성카드는 금산법에 따라 2012년 4월까지 5% 미만으로 지분을 줄여야 한다. 아울러 삼성생명 지분을 갖고 있는 범삼성 일가들의 지분 역시 정리해야 한다.
삼성생명 지분 인수 과정에서 삼성은 CJ, 신세계 등 범삼성 그룹에 계열사 지분을 내어 줄 수도 있다. 또 이재용-이부진-이서현 3세들에 대한 계열사 배분 역시 풀어야 할 숙제다.
오랜 기간 이같은 조율에 매진했던 주요인사들이 동시에 퇴진하면서 공백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용퇴를 신호탄으로 삼성 전략기획실 재무인사들의 퇴진이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달 19일 콘트롤타워 재건 및 일부 인사이동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삼성 고위 관계자는 이 고문과 김 고문의 인사와 관련해 “문책성 인사로 보면된다”고 강조한 만큼 임원급 관련 인사들에 대한 조정도 예견되고 있다.
실제로 이 고문과 김 고문은 1일 오후 진행되는 ‘자랑스런 삼성인상’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고문은 부회장 자리에서 물러난 뒤에도 주용 행사 및 출장길 등을 함께 하며 이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해왔다. 앞으로도 이 고문이 이 회장을 수행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것. 이는 이번 용퇴가 상징적 의미를 넘어 실제적인 권력이 이동할 것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한편 새롭게 재편되는 콘트롤타워는 재무업무 중심의 조직에서 벗어나 경영지원 및 미래사업 추진 쪽으로 무게를 이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새 수장인 김순택 부회장 역시 비서실에서 관리 및 기획 업무를 맡았다. 또한 AMOLED·2차전지 등 미래산업을 성공적으로 육성한 만큼 기존 조직과는 그 성격이 크게 바뀔 전망이다.
(아주경제 이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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