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취임해 해외자원개발을 전담하다시피 하고 있는 박영준 지식경제부 2차관은 지난 9월 에너지 공기업 경영평가 방식에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를 완화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박 차관의 문제 제기가 주무부처인 재정부와 협의사항이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석달여만에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만 셈이다.
해외 유전개발에 주력해야 하는 한국석유공사나 가스전 개발을 담당한 한국가스공사, 희토류를 비롯한 첨단제품의 원료를 확보해야 하는 광물자원공사 등 에너지관련 공기업들은 곤혹스럽게 됐다.
잘 알려진대로 탐사단계에 있는 해외 유전개발이 실제 생산단계로까지 성공할 가능성은 5%가 채 되지 않는다.
그만큼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할 수밖에 없지만 성공했을 때 주어지는 이익은 상상을 초월한다. 때문에 매력적인 투자사업으로 여겨져도 저위험과 고수익을 생명으로 하고 있는 민간기업에게는 쉽게 뛰어들 수 없는 분야이기도 하다.
개미들의 투자금을 모아 뛰어든 민간업체들의 유전개발사업이 개발단계는 커녕 탐사단계에서 좌초, 투자금만 날리는 일이 수도 없이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자원전쟁 시대에 원유 등 에너지 원자재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 경제에는 지금처럼 환율이 불안한 가운데 원자재 가격이 속등하면 직격탄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물가 급등에 대한 비난을 감당해야 하는 에너지 관련 공기업들의 어깨는 갈수록 쳐저만 가는 실정이다.
그러지 않아도 선진화다 뭐다 공기업들의 기를 꺾을대로 꺾어놓은 상황에서 민간 기업과 경쟁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공기업은 울고 싶을 지경이다.
더욱이 공기업 기관장 임기가 보장된다고는 하나 매년 실시되는 경영평가 준비에 제대로 일할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아 중장기 자원개발계획을 짜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라는 하소연이 늘고 있다.
이런데도 재정부는 천편일률적인 잣대로 평가를 계속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정부가 내년부터 통합하겠다는 공기업 기관장과 기관 평가가 과연 객관성을 담보할 장치를 마련될 수 있겠느냐는 근본적인 의문을 들게 하고 있다.
모든 공공기관이 공익적 기능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는 같다는 이유라면 애초에 기관장 평가와 기관평가를 분리한 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이다.
일부 몰지각한 공기업들의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올해 감사원 감사결과는 정부 경영평가의 난맥상을 스스로 드러낸 결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이라도 중장기 국가경제를 위한 합리적인 공기업 평가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sh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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