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신평사에 ‘北도발 영향 제한적’ 이메일
北 연평도 포격 직후 발송..신평사 긍정 평가
(아주경제 김선환 기자) 국제신용평가사들이 북한의 연평도 도발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신용등급을 유지키로 한 데에는 정부의 발빠른 대처가 빛을 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북의 도발이 있었던 지난달 23일 정부는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무디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피치 등 3대 신용평가사에 보낸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정부가 3대 신용평가사에 북한 관련 문제로 한국 경제 현황을 설명하는 이메일을 보낸 것은 지난 5월말 천안함 침몰이 북한 소행으로 결론났을 때 이후 처음이다.
정부가 이처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이 벌어지자마자 3대 신용평가사에 이메일을 보낸 것은 한국 경제에 대한 오해가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다. 아일랜드 구제 금융 등 유럽발 재정위기에다 대북 리스크까지 부각되면 한국 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신용평가사에 보낸 이메일에서 한국과 미국이 강력한 군사 동맹 관계를 유지해 대북 억지력이 충분하고 한국의 외화 보유액이 2000억 달러를 웃도는데다 경제성장률 또한 선진국 최고 수준에 달할 정도로 경제 펀더멘틀(기초여건)이 건실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같은 정부의 신속한 대응 덕분인지 이들 3대 신용평가사들은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과 관련해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공통된 입장을 언론 등을 통해 밝혀 국내 금융시장 안정에 일조했다.
연평도 도발 직후 역외선물환(NDF) 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180대로 급등하는등 국제금융시장을 흔들었지만 정작 한국 외환시장과 주식시장은 평온함을 유지할 수 있었다.
무디스는 지난달 24일 이메일 성명을 통해 북한의 우라늄 농축시설은 물론 연평도 포격도 한국의 신용등급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S&P도 “북한의 이번 도발이 한국에 대한 투자나 여타 신용측정 지표를 훼손시킬 것이라고 믿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S&P는 “한국에 부여한 신용등급에는 이미 북한의 연평 도발과 같은 군사적 공격 위험이 내재돼 있다”고 설명했다.
피치도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에 부정적 영향이 없을 것으로 평가했다.
앞서 서해교전이나 천안함 사태 때도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 조정은 없었다.
무디스는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1으로, S&P는 A로 각각 평가하고 있다. 피치는 A+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3개 신평사 모두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 전망은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한국에 큰 사건이 발생하면 신용평가사들이 경제나 신인도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해 궁금해하기 때문에 연평도 포격 사태 직후 이메일을 보내 굳건한 한미 동맹과 건실한 경제 여건 등을 충분히 설명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대북 리스크는 한국 경제에 있어 계속되는 이슈로 이미 경제에 충분히 반영돼 있다는 점을 신용평가사에 설명했고 그들 또한 충분히 이해하는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는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로 금융시장이 요동치면 천안함 사태 때와 마찬가지로 고위급 인사를 뉴욕에 보내 신용평가사 및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국 경제 현황을 설명할 계획이었으나 지난달 24일부터 금융시장이 진정세를 보임에 따라 일단 사태 추이를 지켜보기로 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이 발생한 뒤 긴급 대응책으로 뉴욕으로 가서 한국 경제 설명회를 할 채비를 하고 있었다”면서 “그러나 국내 금융시장이 대북리스크에 대해 침착한 모습을 보여 그 방법까지는 필요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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