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위부터) K5, 구형 엑센트, 뉴코란도, 1세대 SM5. (오른쪽 위부터) 로디우스, 베르나, 카이엔. |
한 자동차 CF 카피처럼 아무리 잘 달리는 차도 생애 80%는 서 있어야 한다. 그만큼 디자인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특히 국내 최초로 패밀리룩을 적용한 기아차는 그 덕을 톡톡히 봤다. 올 상반기 출시한 K5가 대표적인 모델. 세련되고 간결한 디자인을 무기로 지난 6~8월 중형차의 대명사였던 쏘나타를 앞서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두 차종은 같은 엔진과 파워트레인을 쓰는 만큼 성능이 같다. 결국 승부는 ‘디자인’에서 갈린 것. 특히 현대차의 영업망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K5의 승리는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지난해 말 출시한 신형 쏘나타와 아반떼 역시 ‘플루이딕 스컬프쳐’라는 패밀리룩이 적용됐다. 현재 사이좋게 판매 1~2위를 달리며 선전하고 있다. 다만 파격적인 곡선 디자인 만큼이나 호불호가 갈리는 편.
더 극명하게 디자인 영향을 받는 것은 중고시장. 1994년 구형 엑센트는 단종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중고차사이트 카즈에서 월 100건 이상 검색되고 있는 인기 중고차다.
SM5 1세대 모델, 구형 아반떼, EF 쏘나타(전전모델), 뉴 코란도 등도 단종된 한참 됐지만 중고차 시장에서 꾸준히 등장하는 인기 모델들이다.
물론 그 반대도 있다. 현대차의 소형차 ‘베르나 트랜스폼’은 너무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졌고, 결국 후속 모델의 이름마저 ‘엑센트’로 바뀌는 수모를 겪었다.
쌍용차의 ‘카이런’과 ‘로디우스’도 나쁜 디자인의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카이런은 지나치게 화려한 헤드 그릴과 방패를 연상시키는 리어 램프의 부조화로 2006년 ‘뉴 카이런’에서 다시 디자인 됐다.
로디우스 역시 영국 언론 ‘텔레그라프’가 선정된 ‘가장 못생긴 자동차 100선’에서 3위를 차지할 정도로 못생긴 것으로 유명세를 탔다. 전후좌우 모두 따로 노는 듯한 독립적인 디자인이 문제였다.
재밌는 것은 젊은이들의 선망의 대상인 ‘포르쉐’에도 ‘로디우스’의 전철을 밟은 모델이 있다는 것. 포르쉐의 첫 SUV ‘카이엔’은 같은 조사에서 5위에 올랐다. 1위는 너무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의 폰티악 ‘아즈텍’이었다.
박성진 카즈 데이터리서치 팀장은 “SM5 NF쏘나타 투스카니 뉴코란도 등은 오래 전 단종됐음에도 꾸준히 인기 중고 모델 톱10에 랭크돼 있는 반면 2007년형 카이런은 2002년 단종된 싼타모 보다 조회량이 낮다”며 “중고차의 가치는 시장 수요에 민감한 만큼 ‘외모’를 보는 시각도 더 냉정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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