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인수ㆍ합병(M&A)과정은 전세계 M&A 역사상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혼탁 양상을 보이고 있는 현대건설 M&A 과정에 대한 전문가들의 총평이다. 이로 인해 하이닉스ㆍ대우건설ㆍ대우조선 등 향후 매물로 거론되는 기업에도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칫 국내 M&A 시장이 크게 위축될 가능성까지 대두되고 있다. 기업 생존전략 가운데 ‘꽃’이라고 불리는 M&A가 생기를 잃고 있는 것이다.
◆현대건설 M&A가 남긴 오점
현대건설 채권단은 ‘제2 금호사태’는 없을 것이라며 강화된 평가기준을 가지고 이번 M&A를 진행할 것 수차례 강조했다. 때문에 채권단은 가격요소뿐 아니라 자금조달 능력 및 건전성을 포함한 비가격요소의 중요성을 강조, ‘승자의 저주’를 경계하는 눈치가 역력했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 역시 신속하게 이뤄졌다. 채권단은 선정 과정이 길어지면서 각종 의혹이 불거진 대우건설 사례를 거울삼아, 현대자동차그룹 현대그룹이 본입찰 서류를 제출한지 하루 만인 지난달 16일 현대그룹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문제는 이때부터였다. 시장 예상과 달리 현대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 일부 언론에서 제기된 현대그룹의 인수자금을 둘러싸고 의혹이 증폭 됐다. 여기에 채권단 사이의 이견이 노출되면서 국회와 현대차그룹까지 이 논란에 가세했다.
결국 MOU 체결은 ‘우선대상자 선정 후 5영업일내’라는 시한을 넘겨 9영업일 만에 이뤄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MOU는 거래의사를 재확인하는 절차에 불과하다”며 “특히 프랑스 나티시스은행 대출금 문제는 MOU 체결이후 협상과정에서 검증을 하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미룬 것은 일발적인 상황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매각 당사자들이 비밀유지협약을 어긴 점도 치명적 오점으로 꼽힌다. 정책금융공사는 국회 요구에 의해 스스로 우선대상자 채점기준을 공개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비록 국회 요구이지만 정책금융공사가 평가기준을 공개한 것은 분명 비밀유지협약을 어긴 것”이라며 “또한 유재한 정책금융공사 사장이 기자회견을 자청해 채권단 사이의 이견을 밝힌 것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은 문제가 불거지 때마다 성명서를 발표하거나, 해당 은행의 예금을 인출하는 등 채권단을 직ㆍ간접적으로 압박함으로써 이의제기 금지조항은 유명무실화 됐다.
◆“좋지 않은 선례가 될 듯”
현대건설 M&A 과정이 한 치 앞을 가늠할 수 없는 상황으로 흐르자, 관련 전문가들은 국내 M&A 시장의 위축 가능성을 염려하고 있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기업간 경쟁은 날로 심화되는 추세이다. 이러한 경영환경에 변화에 따라 기업의 생존과 성장 전략의 방안으로 M&A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며 “현대건설 사례가 기업들이 M&A를 결심할 때 심리적 부담감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M&A 참여자들의 합리적인 판단을 요구했다. 김영진 M&A연구소 대표는 “M&A는 △경영전략적 동기 △경제적 동기 △재무적 동기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라며 “정치ㆍ경제ㆍ사회적인 낙후성도 국내 M&A시장의 규모를 축소키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기업의 소유자가 개방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로 기업경영을 처리한다면, 국내 M&A시장의 활성화는 보다 빨리 올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현대건설 매각당사자들의 자제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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