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형욱 기자) 현대그룹이 그동안 줄곧 확신해 온 현대건설 인수 자금 1조2000억원의 대출금 확인서 서명이 프랑스 나티시스 은행이 아닌 타 은행 임원의 서명인 것으로 알려져 의혹이 일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그룹의 1조 2000억원 대출금 확인서를 보면 서명자는 프랑스 나티시스가 아닌 ‘제롬 비에(Jerome Biet)와 프랑소와 로베이(Francois Robey)’라는 넥스젠캐피탈과 넥스젠 재보험의 등기이사인 것으로 전해졌다.
넥스젠캐피탈은 현대상선 지분 5% 가량을 보유한 현대그룹의 우호주주 중 하나다.
문제는 그동안 현대그룹의 경우 프랑스 나티시스에서 1조2000억원과 관련된 모든 자금융통을 해왔다고 주장한 것과 상황이 달라진 것.
특히 시장에서는 현대그룹이 나티시스 은행에 직접 현대상선이나 현대엘리베이터 등 국내 계열사의 자산을 담보로 제공하지 않았지만 ‘제3자’가 담보를 제공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나티시스 명의로 발행된 확인서에 다른 회사의 임원이 서명한 것은 관례에서 벗어난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더구나 서명자의 공식 직함도 표기돼 있지 않아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
당초 현대차그룹과 현대증권 노조 등 업계에서는 이 같은 의혹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또 확인서에는 대출 조건 전체가 아니라 현대그룹의 요청사항만 확인한 것이 확인되면서 여전희 의혹은 남고 있는 상태다.
채권단 측은 지난 3일 이에 대해 소명 내용이 미흡하다고 결론내린 바 있다.
금융권의 한 임원은 “일반적인 공식 문서에 서명할 때는 직함이나 직위가 함께 표기된다”며 “비록 계열사라고 하지만 나티시스 은행 명의로 발행된 문서에 다른 계열사 임원이 서명하는 것도 관례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현대그룹은 이에 대해 “해당 임원은 나티시스 은행 소속이자 넥스젠 그룹 업무를 겸하고 있다”며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 둘은 나티시스 기업 솔루션 파리지점 최고운영책임자(COO)와 이사(Director)를 겸임하고 있다고 현대그룹측은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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