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서울시의 예산 감축으로 400여개에 달하는 정비사업장에 대한 지원이 불투명한 것도 시가 조합원에게 조합비를 내도록 하려는 하나의 요인으로 풀이된다. 현재 공공관리자제도 적용 사업장의 경우, 자금난 등으로 운영난을 겪고 있는 데다 대부분의 사업장이 소송 등으로 사업 진행에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6일 서울시에 따르면 국토부와의 협의를 거쳐 정비사업 조합원들의 조합비 납부를 의무화하기 위해 조합설립인가 동의서 징구시, 그동안 사용한 비용과 앞으로 운영자금으로 쓰일 비용을 부담하겠다는 동의서를 첨부하도록 하고, 조합원 3분의 2 동의가 없을 경우 조합설립인가를 내주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 투명성·참여도 높이고, 시공사 횡포 줄인다
시는 이 방안이 시행되면 자금 운영이 투명화되고, 시공사들의 횡포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조합장 혹은 조합임원들과 결탁해 음성적인 자금이 흘러드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면서도, 조합원이 각출해 만든 운영자금을 함부로 사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판단에서다.
시는 이와 함께 앞서 조합의 신용·담보 대출 조건을 완화하고, 정비사업 담당 공무원에 소송과 관련한 전문 교육을 실시하는 등 원활한 사업 추진과 제도 조기 정착을 위한 다양한 대책을 마련했다.
권창주 서울시 주거정비과장은 "현재까지 구체적인 계획이나, 국토부와의 협의가 끝나지는 않았지만, 이 같은 방안이 실행될 경우 조합의 자금부담을 덜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업의 투명성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며 "조합원 개개인이 자금을 각출해 사용하면 그동안 낮았던 조합원들의 사업 참여율과 관심도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도 이 같은 서울시의 대안 마련에 적극 찬성한다는 입장이다. 임태모 국토부 주택과장은 "과거 조합이 시공사에서 운영비를 지원받았을 경우, 그 부담이 모두 조합원들에게 돌아갔던 점을 감안했을 때, 조합원들이 조합비를 자체적으로 부담해 운영한다면 사업비도 절감되고 사용내역도 보다 투명해지지 않겠느냐"며 "서울시의 건의를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 원주민 정착률 저조, 사업지연 우려도...
하지만 업계나 조합들은 원주민 정착률 감소와 사업지연 등을 우려하고 있다. 사업초기단계부터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만큼 조합원들이 부담해야하는 운영자금이 상당할 것이란 지적이다. 또 아무리 투명성을 높인다는 취지라 할지라도 조합원들이 추산이 불가능한 사업자금을 징수하는 데 동의할지도 의문이라는 것이다.
한 중견사 관계자는 "조합원이 500명인 사업장에서 50억원의 자금이 필요하다고 가정할 때, 단순 계산으로도 조합원 한 명이 부담해야하는 비용이 1000만원이다"며 "여력이 없는 조합원들은 현금청산을 하고 나가야하는 방법밖엔 없어 원주민 정착률은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어 득보단 실이 많다"고 주장했다.
업계 또다른 관계자도 "당초 공공관리자제도 시행 전부터 시공사 선정 시기와 관련해 서울시가 도정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결국 조례안 마련으로 일단락됐다"며 "이번에도 도정법 개정은 어렵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성수지구 조합 관계자도 "각 사업장마다 사업 추진 속도가 다르고, 그만큼 들어가는 비용도 천차만별인데, 조합원들에 징구 의무화를 한다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며 "특히 조합설립인가 준비 단계에서 동의서를 받는데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어 사업 지연은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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