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범의 생트집> 개밥에도 도토리는 분명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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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12-13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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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범의 생트집> 개밥에도 도토리는 분명 있다?

괜한 시비가 아니다. 아니 괜한 시비 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언론계 종사자로서, 또 신생매체의 영화 담당기자로서 현장에서 느낀 소회를 올릴 공간과 자격 정도는 누려도 된다고 생각한다. 김재범의 ‘생트집’. 까닭이 있든 없든 기자의 생트집은 전적으로 독자의 판단에 맡기겠다.

 

 

영화 ‘스카이라인’이 흥행몰이 중이다. 지난달 언론 시사회를 가진 영화다. 개봉은 11월 25일 했다. 이 영화를 논하고자 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왜 흥행 중인가”이다.

 

현재 이 영화는 이번 주 기준 전국 관객 50만 명을 넘어 선 것으로 확인됐다. 4D 상영도 매진 행렬 중이란다. 뭐 장사 잘하는 영화에 이유 없는 트집을 잡고자 한다면 괜한 변명일수 있다.

 

자 이 영화의 언론 시사회 당시 분위기를 보자. 동료 영화 담당 기자들의 혹평은 상당했다. 기자의 혹평이 영화의 절대적 기준 잣대로 적용시키기에는 공감대 형성에 큰 문제가 따를 것이다. 어차피 이런 영화에 기자란 집단의 눈은 인색하기에.

 

기자 역시 언론 시사회 직후 ‘급 실망’에 리뷰 작성을 포기했다. 잠시 영화를 논해보자. 영화의 장르는 SF다. 기자는 SF의 미덕은 관객의 눈과 생각을 족집게로 잡아 빼 듯 찬란한 화면과 물량 공세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말하겠다. 이 영화, 결론부터 말하자면 ‘양의 탈을 쓴 강아지’ 정도로 표현하겠다.

 

친구의 생일 파티에 참석한 남녀 주인공. 새벽녘에 잠을 깬 이들은 뭔가 일이 벌어진 것을 직감한다. 밤사이에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해 닥치는 대로 인간들을 잡아 가고 있다.

 

이 두 줄이면 영화의 설명은 끝이 난다. 물론 몇 줄 더 붙일 수는 있지만 스포일러로 넘어가기에 참는다. 설정 자체는 여느 할리우드 영화와 별반 다르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면 미국을 주축으로 한 세계 연합군과 외계인의 전면전쯤이 나올 법 하다.

 

고맙게도 뻔한 샛길로 빠지지는 않았다. 그럼 문제는 무엇인가. 한번 쯤 봤음직한 설정과 흥행에 성공한 영화의 장면들을 담고자 한 무리한 시도가 전체 구조에 구멍을 만든 격이다.

 

영화는 시작과 함께 주인공들이 머물고 있는 건물에 시선을 고정시킨다. 그런데 이 시선이 영화 중반을 넘어갈 때 까지 좀처럼 벗어나질 않는다. 펜트하우스의 호사스러움에 취한 주인공들이 밖으로 나가길 원칙적으로 거부한 것일까. 이렇다 보니 출연 배우들도 몇 명 되지 않는다. 놀랍게도 영화의 제작비가 여느 할리우드 톱스타 한 명의 출연료에도 미치지 못한다니. 조금은 이해가 된다.

 

할리우드 SF의 단골손님인 외계인의 존재도 참신하지 못하다. 오징어의 그것을 닮은 끈끈한 진액이 나오는 촉수로 사람을 낚아채는 방식이야 이미 ‘우주전쟁’에서 봤음직한 장면이라 넘어가겠다. 뭐 다른 영화에서도 혹시 나왔을지 모르지만. 그런데 남자 주인공에게 흠씬 두들겨 맞는 외계인의 모습에선 이유를 알 수 없는 웃음마저 터져 나왔다. 물론 지금도 웃음의 이유를 모르겠지만, 다시 봐도 웃음을 참기는 힘들 것 같다.

 

그나마 우주 모선이 지구인들을 빨아올리는 장면이나 외계 전투 편대의 공중전은 이 영화의 존재를 각인시키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상업영화로서의 임무를 이 두 가지로 커버하기에는 균열된 합을 설명하기에 부족함이 너무 많다. 비슷한 부류인 ‘우주전쟁’이 말한 가족애의 중요성도, ‘인디펜던스데이’가 그리는 명확한 국가관의 가치도 없다.

 

그런데 흥행은 폭풍 질주를 거듭하고 있다. 기자의 짧은 식견으론 설명이 불가능하다. 혹시 이 영화를 본 관람객 대부분이 기자의 생각에 동감할까. 그나마 언론 시사회를 통해 봤다는 안도감이 지금도 기자를 안심시킬 뿐이다.

 

그런데 제작진이 이 영화의 속편 제작에 착수했단 소식을 얼마 전 접했다. 미국적 용기인가. 그 용기가 가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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