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태 국회의장으로부터 사회권을 넘겨받은 한나라당 소속의 정의화 국회부의장이 이들 안건을 직권상정한 데 따른 것이다.
국회의장실에 따르면 국회 본청에서 밤을 보낸 박 의장은 이날 오후 2시 본회의 개의를 위해 집무실을 나섰다.
그러나 민주당 등 야당 의원과 보좌진들에게 가로막혀 회의장에 들어서지 못한 채 발걸음을 돌렸으며 박 의장은 이후 정 부의장에게 전화를 걸어 사회권을 위임했다.
박 의장은 이날 예산안 등이 직권상정 처리된 데 대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상당수 정치권 인사들은 '의회주의자'로 알려진 박 의장이 이 같은 선택을 한 배경에 대해 적잖은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올 6월 18대 후반기 국회의장으로 취임한 박 의장은 그간 여야 간 이견이 첨예한 사안이 있을 때면 적극적인 중재자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 기업형 슈퍼마켓(SSM) 관련 법 처리 문제가 대표적인 예다.
앞서 박 의장은 7일 오후 김무성 한나라당,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 등을 만났을 때까지만 해도 “아직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계수소정소위가 마무리되지 않은 만큼 예산안을 다음 주에 처리하는 게 어떻겠냐”며 여야 간 타협을 주문했다.
그러나 상황이 달라진 건 8일 새벽 박 의장이 예산부수법안 등의 심사기일을 지정하고 국회 청사에 대한 출입제한 조치를 취하면서부터다.
국회법상 심사기일을 넘긴 안건은 본회의에 바로 올릴 수 있단 점에서 박 의장의 이 같은 행동은 직권상정을 위한 것으로 해석됐으며 그것은 결국 현실화 됐다.
이에 대해 국회 관계자는 "박 의장이 여야 간 대화정치를 강조해왔지만 동시에 '폭력 국회'도 절대 용납지 않겠다는 입장을 누누이 밝혀왔다"며 "어젯밤 국회가 또 다시 아수라장이 되는 걸 보고 결심을 굳힌 것 같다"고 말했다.
이미 예산안 처리의 법정시한(12월2일)을 넘긴 만큼 "더 이상 상황을 끌어봤자 여든 야든 달라질 게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란 얘기다.
그러나 민주당 박 원내대표는 박 의장의 이날 결정에 대해 "청와대의 말 한 마디에 의장 스스로 권위를 저버렸다. 참으로 불행한 정치인"이라며 혀를 찼다.
앞서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일 "국회가 정기국회 마지막날인 9일까지 반드시 예산안을 통과시켜줘야 한다"고 당부한데 이어 7일엔 "내년에도 계속 경제성장을 하려면 이번 정기국회에서 예산과 함께 중점법안이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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