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정경진 기자)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중재외교를 벌이고 있는 중국 다이빙궈 외교담당 국무위원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면담한 자리에서 한반도의 위기 고조에 대해 우려를 전달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북중 양국은 9일 각각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과 신화통신을 통해 김정일-다이빙궈 면담을 동시에 보도하면서도 내용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신화통신은 김 위원장이 다이 국무위원과 면담에서 양자관계와 한반도 상황에 대해 솔직하고 심도있는 대화끝에 합의에 도달했다고 전했다.
베이징 외교가는 다이 국무위원이 이번 방북에서 어떻게든 북한의 우라늄 농축 위협과 연평도 선제 포격에 따른 한반도 긴장에 대해 우려를 전달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중국 정부가 자국의 코 앞인 서해와 동중국해에서 한미, 미일 합동군사훈련이 이어지는 상황을 곤혹스러워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이 국무위원은 지난 방한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우선 긴장을 완화해야 한다는 원칙론을 폈듯이 북한 방문에서도 특유의 화법으로 최근 한반도 사태에 대한 중국의 인식을 전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관측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최근 미국이 천안함 도발 때에 이어 이번 연평도 공격 이후에도 중국이 북한의 도발에 대해 책임을 묻거나 비난하는 입장을 표명하지 않는 것에 대해 "책임있는 역할"을 촉구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오는 14∼17일로 예정된 제임스 스타인버그 미 국무부 부장관을 단장으로 한 미 대표단이 방중에서 한반도 문제를 거론할 것으로 판단, 크게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중국이 다이빙궈 국무위원을 통해 북한으로 인해 힘들어지고 있다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대해 북한은 우라늄 농축 활동과 관련해 전력생산을 목적으로 한 영변의 경수로의 원료 확보 차원이라는 '상투적인' 답변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지난달 27일 조선중앙통신의 논평을 통해 연평도 포격사건으로 인해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한 데 대해 '남한 책임론'을 주장하면서도 어정쩡한 유감을 표명한 전례에 비춰 다이 국무위원의 방북을 계기로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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