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반체제 인사 류샤오보(劉曉波)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눈앞에 두고 국제사회와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중국은 9일 류샤오보의 석방을 촉구하는 미국 하원의 결의안 채택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노벨 평화상에 대응한 자체 평화상 수상을 강행했다.
장위(姜瑜)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미국 하원의 석방 촉구 결의안 채택은 "오만하고 비이성적인" 조치라면서 "중국은 단호한 반대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장 대변인은 미국 하원의원들이 "오만하고 비이성적인" 입장을 바꿔 중국 인민과 사법적 주권을 존중하길 촉구한다면서 류샤오보를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결정한 노벨위원회는 "소수"이며 중국 인민과 압도적인 다수의 세계 인민들은 노벨위원회의 결정에 반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에 압력을 행사하려는 어떤 시도도 성공할 수 없다"며 강하게 경고했다.
미국 하원은 8일 중국 정부에 류샤오보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축하하고 그의 즉각적인 석방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402 대 1의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시켰다.
중국은 노벨평화상 시상식 하루 전날인 9일 자체적인 대안 평화상 시상식을 진행했다.
중국의 '공자평화상' 수상자 선정위원회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예고한 대로 이날 오후 베이징 미디어센터 호텔에서 올해 첫 수상자인 롄잔(連戰) 전 대만 부총통 측에 상을 수여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머리를 뒤로 묶은 어린 중국인 소녀가 참석해 유리 트로피를 수상했으나 그와 롄잔 부총통과의 관계는 즉시 확인되지 않고 있다.
롄 부총통의 사무실 측은 수상 소식에 대한 아무런 정보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수상자에게는 약 10만 위안이 상금으로 수여된다.
선정위는 중국 정부의 공식 기구는 아니지만 중국 문화부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벨평화상 시상식을 하루 앞두고 중국과 노벨위원회와의 기싸움도 가열되고 있다.
중국은 수감돼 있는 류샤오보는 물론이고 그의 아내 류샤(劉霞)와 그에 동조하는 반체제 인사들을 가택연금시키는 등의 방식으로 대리 수상마저도 봉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벨위원회는 게이르 룬데스타드 사무총장을 통해 중국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시상식장에 상징적으로 빈 의자를 설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토르뵤른 야글란 노벨위원회 위원장도 "많은 국제사회의 지도자들이 류샤오보의 석방을 강력하게 촉구해 준 데 대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야글란 위원장은 중국과 정치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가 많아 정부 차원의 많은 지지를 기대하지는 않았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노벨평화상이 시상되는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에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시상식 전날인 이날 민주화 운동가들이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에 모여들고 있다.
'중국의 애국주의적 민주화 운동을 지지하는 홍콩 연대'(支聯會.지련회)를 비롯한 10여개의 홍콩의 민주단체들은 지난 5일 홍콩에서 류샤오보의 석방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인데 이어 시상일인 10일 노르웨이 주재 중국대사관 앞에서 석방 촉구 시위를 벌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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