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뇌부가 검찰 조직 멍들게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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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12-10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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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이 모처럼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는 상황에서 수뇌부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또 한 번 도마 위에 올랐다.
 
 검찰이 최근 살아 있는 권력 천신일 사건을 마무리하면서 국민들에게 기대치를 갖게 했다. 검찰이 천신일 사건에 손을 대기 시작했을 때 국민들은 반신반의(半信半疑) 했다. 이번에도 또 봐주기 위한 수순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가졌던 것이다.
 
 천신일이 누구인가 고대교우회 장으로 이명박 대통령 최측근으로 알려진 인물 아니던가. 그런 인물을 검찰이 구속수감하면서 국민들로부터 칭찬을 듣게 됐던 것이다. 이런 좋은 분위기에 찬물을 뿌리고 나섰다. 당사자는 외부 인사도 아닌 검찰의 수뇌부라는 사실에 우리를 경악케 하고 있다.
 
 김준규 검찰총장이 일부 언론을 상대로 신한은행 고소. 고발 사건이 마무리되기도 전에 핵심 피의자 신병처리 방침을 미리 언급한 것이다. 특별한 사항을 제외하곤 기소 전 수사내용 공표 금지를 원칙으로 하는 ‘검찰 수사공보 준칙’을 검찰총장 스스로 어긴 셈이다.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부장 이중희)가 수사 중으로 10일 현재 어떤 결론도 내리지 않은 상태여서 검찰 수뇌부와 일선 수사팀 간 손발이 안 맞는 게 아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김 총장이 지난 6일 조선.중앙. 동아일보와 KBS YTN 등 언론사 팀장들과 비공식 만찬 과정에서 수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과 이백순 신한은행에 대해 횡령 혐의로 해 ‘사전구속영장 청구 방침’을 말했다. 또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에 대해서는 불기소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발언한 것으로 되어 있다.
 
 김 총장의 돌출행동은 이번이 처음 아니다. 지난해 11월 초 김 총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가진 기자들과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갑자기 ‘추첨 이벤트’를 마련해 당첨된 기자 10명에게 봉투를 돌려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김 총장에 앞서 남기춘 서울서부지검장이 지난8일 내부 통신망에 한화 김승연 회장이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회사의 빚 3500억 원을 한화 그룹의 돈으로 갚아 배임혐의가 있다고 주장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더 나가 언론이 앵무새 처럼 한화 측 주장만 기사화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남 지검장은 이런 언론의 태도를 살아 있는 재벌과의 안일한 동거 관계로 오해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으나 이런 태도도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더 많다.
 
 현직 검사장이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입장을 밝힌 것도 전례가 드문데다 수사 배경과 사건의 성격. 언론 보도에 대한 소회까지 내비친 것은 논란의 여지가 충분히 있다. 우선 수사가 마무리되기도 전에 수사 책임자가 사건 내용을 공표한 것은 피의 사실 공표 금지하는 원칙을 정면으로 어긴 것이다.
 
 뚜렷한 근거도 없이 마치 언론이 재벌과 유착돼 있는 양 주장하는 것은 수사 실패의 원인을 언론에 돌리려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차명계좌 5개로 시작해 3개월 동안 고생해 가며 수사했는데 ‘용두사미’라는 비판이 나오자 섭섭함을 느꼈을 테지만, 기관장이 통신망에 감정을 표출하는 것은 이해 할 수 없다. 특히 한화 그룹 전 재무책임자의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된 이후 글을 올렸다는 점에서 분풀이로 비쳐 질 수 있다.
 
 이렇듯 한창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사건에 대해 수사팀의 결론이 나오기 전에 검찰총장과 지검장이 나서 판단을 미리 공개한 것은 수사과정에서 피의사실 공표를 방지하겠다며 스스로 만든 수사공보준칙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나 다름없다. 조사가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 섣불리 피의자의 신병처리 방향을 정해둔 것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한 상황이다.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사건처리 지침이 보도됐다.
 
 청원경찰친목회 수사에 대해 정치권이 반발하자 김준규 검찰총장은 “검찰은 수사로 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특정 사건이 아니라 모든 수사에 적용되는 원칙일 것이다. 앞으로 이런 사태가 나올 경우 김 총장은 뭐라고 지적할 수 있을 수 있을까. 본인 스스로 어겨 놓고 밑에 직원들만 지키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검찰 수뇌부가 앞뒤가 맞지 않는 언행을 계속하는 한 검찰 조직은 새로 태어 날 수 없을 것이다. 또 이런 상황에서 김 총장의 영은 서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국민은 더 이상 검찰 수사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점을 검찰 수뇌부는 인식하고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검찰이 칭찬받기란 정말 힘들고 어렵다. 그런데도 모처럼 검찰에 찬사가 쏟아졌다. 이명박 대통령과 가까운 이상득 의원과 최시중 방통위원장, 천신일 회장을 꼽을 정도로 막강한 사람인 천 회장을 구속시켜기 때문이다. 물론 죄를 지으면 벌을 받아야 하고 처벌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 정도의 사람을 구속 수사한다는 것은 검찰로서도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이런 때 검찰총장이 나서 검찰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있다. 김 총장 말대로 검찰은 수사로서 말하는 것이고 판사는 판결로서 말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이런 단순한 진리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가까이 있으며 나부터 지켜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양규현 부국장 겸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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