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내년 성장률 전망과 관련 대내외 기관이 4% 초·중반대로 보고 있음에도 정부만 유독 5%를 내건 데 대해 자산버블 가능성까지 경고했다.
이날 발표된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도 우리 경제가 5% 내외로 성장하고 취업자수는 28만명 내외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중앙은행 기대치보다도 0.5% 포인트나 낮게 계상해 물가당국과 인식의 갭이 큰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경제개혁연대 소장인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정부가 가능한 정책수단을 다 동원하면 5%가 아니라 6% 성장도 가능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무리하게 정책수단을 쓴다면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상조 교수는 “단기간 내에 5% 성장을 달성하기 위해 재정·금융 확장 정책이나 고환율 정책을 쓰면 대기업에만 혜택이 돌아가고 중소기업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최근들어 서민·중소기업 정책을 강조해 왔는데 이런 것들은 장기적으로 일관된 정책을 쓸 때만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므로 5% 성장 목표에 너무 집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그는 "현재 2.5%로 최저 수준인 기준금리를 하루 빨리 정상화시키는 게 중요하다"며 "이런 시점에서 정부가 장밋빛 경기 전망을 내놓을 경우 자칫 기준금리 정상화가 지연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오석태 SC제일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내실을 다지는 게 중요하다”며 “정부가 성장률에 연연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조언했다.
유럽발 재정위기 가능성과 중국의 경제정책 운용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시점에서 대외의존도가 큰 우리 경제를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보고 정책오판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오 이코노미스트는 “정부가 정책을 세우는 데 많이 힘들어하는 것 같다”며 “정책방향에서 성장률, 인플레이션 문제 등 예측과 반대의 경우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아울러 "내년 상반기에는 경제성장률이 3% 정도 나올 것이다. 한국은행도 3.7%로 예상했듯이 5%는 물건너 간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내년에는 성장과 회복을 적절히 혼용해 전략을 써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내년 상반기 재정지출을 최대 60%까지 끌고 가겠다고 밝혔지만 지금은 외환위기 이후 풀린 유동성을 거두어 들일 때라는 지적도 대두됐다.
오 이코노미스트는 "가계부채가 먼저다. 금리도 올리고 총부채상환비율(DTI)도 원상복귀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내년엔 뭐니뭐니해도 DTI 관리가 가장 중요한데 정부가 차선책을 구축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경제전문가들은 정부와 여당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의도적으로 경기를 부양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마저 비쳤다.
이필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는 내년, 내후년이 선거이기 때문에 가시적인 성과를 올리려고 애를 많이 쓸 것”이라며 “내실이 먼저다. 성장률도 중요하지만 신산업이나 중소기업 발전 등에 중점을 둔 중장기적인 정책이 알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동반상생을 정착하기 위해서는 보다 공공기관의 의식개혁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와 관련, 정부가 최근 공공부문에서 내년부터 실시하기로 한 '공공기관-중소기업 인사교류' 등을 보다 구체적이고 실효성있게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
홍순영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환율하락과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내년에도 중소기업의 채산성 악화가 예상된다"며 "정부가 의욕적으로 동반성장에 대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말뿐인 공약이 돼서는 곤란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재래시장 인근에 SSM(기업형수퍼마켓) 설립 규제와 상생법이 통과되긴 했지만 골목상권 붕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여전한 데 대해서도 경제전문가들은 관심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sh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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