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퇴출' 소문에 뒤숭숭한 저축은행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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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12-30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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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방영덕 기자) IMF이후 퇴출기업명단은 공포의 대상이다. 옥석을 가리기 위해선 불가피한 작업이라고는 하나 퇴출명단에 오르내리는 것만으로도 기업 이미지에는 치명적이다.

신뢰를 사고 파는 금융권에서는 말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최근 저축은행권에서 퇴출기업명단이 시장에 떠돌며 업계 분위기를 뒤숭숭하게 하고 있다. 명단에는 현재 자체 정상화 작업 등을 진행하고 있는 3개 저축은행 이외에 5곳이나 추가돼 총 8개 은행명이 거론돼 있다.
 
시장을 일대 혼란에 빠뜨린 명단의 출처는 금융당국. 금융당국이 직접 작성을 한 것은 아니지만 저축은행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의 스트레스테스트(재무건전성 평가) 결과 8개사의 파산 가능성을 언급한 후 소문이 소문을 낳고 있는 실정이다.

시장이 술렁이자 금융당국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한 것”이라며 뒤늦게 수습에 나섰지만 삽시간에 퍼진 불안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다.
A저축은행 관계자는 “안 그래도 연말 부실PF 연체율이 높아질 것을 우려하는 고객들이 많은데 퇴출 명단까지 떠돌아 난감하기만 하다”며 “바짝 엎드려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PF대출의 부실을 털어내고 건전한 수익구조를 마련하려는 저축은행들조차 영업력 확대에 차질을 빚고 있다. 고객들이 돈을 일단 믿고 맡겨야 여신 구조를 다변화시킬 수 있을 것인데 거꾸로 예·적금의 해약을 서두르고 있어서다.
 
저축은행들은 과거 PF 대출에 올인한 결과 지금의 부실경영에 관한 비난을 자처한 바 크다. 하지만 이 같은 저축은행권을 제 때 제대로 감독하지 않은 금융당국도 비판을 면키 어렵다. 하물며 시장의 불안을 키우는 주체가 되어서는 더욱 안 될 노릇이다.

금융당국이 부실 저축은행에 ‘우량’ 마크를 달아 대형화를 장려하며, 예금자 보험 한도를 늘려 저축은행권의 ‘편의’를 봐줬던 사실은 금융당국에 대한 믿음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천문학적인 공적기금이 투입되는 만큼 저축은행권의 정상화 작업에 당국과 업계는 힘을 합쳐야 한다. 괜한 빌미를 제공해 서로의 신뢰를 깎아먹는 일이 더 이상 없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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