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한 시비가 아니다. 아니 괜한 시비 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언론계 종사자로서, 또 신생매체의 영화 담당기자로서 현장에서 느낀 소회를 올릴 공간과 자격 정도는 누려도 된다고 생각한다. 김재범의 ‘생트집’. 까닭이 있든 없든 기자의 생트집은 전적으로 독자의 판단에 맡기겠다.
고백이지만 얼마 전 아주 민망한 곳에 다녀왔다. 혹시 그렇다고 호기심에 다녀온 것은 아니다. 나름의 제보를 받고 확인 차 방문했다. 바로 성인PC방이다.
성인PC방. 여러 성인 동영상을 관람하는 곳으로 1인씩 밀폐된 공간에 들어가게 내부가 꾸며져 있었다. 영화 담당기자가 대체 왜 이런 곳에 가느냐고. 나름의 제보를 받고 다녀왔다고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정말 강조하고 싶다.
제보 받은 내용은 다름 아닌 ‘최신영화’다. 정확하게 말하면 성인PC방에서 버젓이 최신영화들을 입수해 상영을 하고 있다는 지인의 말을 듣고 확인 차 방문했다. 실제 기자가 방문한 곳 역시 최신영화 폴더가 당당하게 사용자들의 클릭을 기다리고 있었다.
“온라인에 떠도는 지난 영화의 DVD 파일을 모아놓은 정도겠지”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기자가 다녀본 세 곳 중 한 곳은 얼마 전까지 극장에서 상영한 최신 영화 파일을 보유하고 있었다. 물론 문자 그대로 최신이라고까지 할 수는 없지만 당시 기자가 사는 동네 극장에서 해당 영화가 상영 중이었다.
이밖에 여러 영화가 DVD 파일 및 이른바 캠코더 버전 등으로 해당 업주들의 주머니를 불리고 있었다.
또 다른 성인PC방을 찾아갔다. 이곳도 최신영화 폴더가 존재했지만 ‘사정상 사용을 중지합니다’란 문구가 대신했다. 두 가지 상황을 종합해 유추해 본다면 성인PC방에서의 영화 상영은 적어도 합법적인 루트는 아닐 것으로 보인다.
단속은 하는 걸까. 얼마 전 극장 영화 상영 전 여러 배우들이 출연해 불법 다운로드 근절을 외치는 공익 광고를 본 기억이 생각났다.
이와 관련해 종로경찰서 사이버수사팀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콘텐츠 사용 계약상의 여러 관계를 확인해 봐야겠지만, 만약 불법적인 부분이 확인된다면 명백한 형사 처벌 대상”이라고 말했다.
14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인 ‘트론 : 새로운 시작’의 언론 시사회가 진행됐다. 예전에도 그랬듯 언론의 주목을 끄는 몇몇 영화의 경우 사전 유출 방지를 위해 시사회 전 기자들의 영상 및 촬영기기를 사전에 압수(?)하는 진풍경이 극장 앞에서 벌어진다.
오늘 언론 시사회도 오랜만에 이 같은 풍경이 재현됐다. 그래 얼마나 재미있는지 한 번 보자. 아주 짧게 평을 하자면, 지극히 개인적이지만 ‘아바타를 유치원생으로 끌어내릴 정도’ 였다. 다만 IMAX에 3D상영이라 관람료가 조금 비싼 게 흠. 영화적 특성상 얼마 뒤에는 4D 상영도 시작될 것이 다분해 보였다. 관람료는 더욱 뛸 것이 뻔하다.
“영화는 보고 싶은 데 혹시 돈이 걱정되는 분들이 있나요. 잠시만 참으세요, 성인PC방에 가시면 다 있답니다. 음료수도 공짜로 주는 곳도 있어요. 참. 주변에는 꼭 ‘최신영화 보러 간다’고 꼭 말씀하세요. 그래야 안 민망하죠.”
kimjb517@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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