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해인사, 통도사와 더불어 영남의 3대 사찰이자 천년고찰인 부산 범어사(梵魚寺)에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나 오랜 목조건물인 천왕문(天王門)이 소실됐다.
천왕문은 동서남북을 다스리는 4대 천왕을 모시는 전각으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건축물인 것으로 알려졌다.
범어사와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50분께 범어사 경내 천왕문에 불이 나 건물 전체를 거의 다 태우고 3시간여만에 꺼졌다.
화재가 발생하자 소방당국은 소방차 30여대와 소방관 70여명을 투입, 진화작업에 나섰으나 숭례문 화재때처럼 불이 기와지붕 밑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진화에 애를 먹었다.
소방당국은 또 이 건물이 보물 제1461호인 일주문(一柱門)과 불이문(不二門) 사이에 있는데다 근처에 승려의 숙소가 있어 불길이 번질 우려가 제기됨에 따라 사찰 측과 협의를 거쳐 굴착기로 건물을 완전히 부수며 잔불정리에 들어갔다.
다행히 사찰 측이 당초 천왕문에 있던 4대 천왕상을 경내 성보박물관에 보관하고, 화재 당시 천왕문에 있던 천왕상은 모사본이어서 중요 문화재 소실은 막았다.
경찰은 "천왕문에 설치된 CCTV에 한 남자가 뭔가를 건물 안으로 집어던진 뒤 불길이 치솟는 장면이 찍혔다"는 사찰 관계자의 말에 따라 CCTV 화면을 확보하는 한편 방화에 의한 불로 보고, 정확한 화인을 조사중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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