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인지상정'도 외면한 영화계 후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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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12-30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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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재범 기자) 올 한해 영화계를 정리할 키워드는 많다. 이 가운데 ‘배신’이란 단어가 유독 눈길을 끈다.

먼저 지난 19일 언론을 통해 보도된 김기덕 감독 뉴스가 기자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김기덕 감독, 박찬욱 이창동 이전 세계가 주목한 한국의 대표 감독이었다. 세계는 그를 ‘마스터’라 불렀다. 혹자는 그를 가리켜 ‘영화계의 이단아’라 부르기도 했다. 또는 ‘천재’라고도 규정했다. 그만큼 그의 뛰어난 재능이 불러온 다양한 평가다. 그런 그가 폐인이 됐다고 한다. 문자 그대로 폐인이다.

보도에 따르면 지인의 배신이 주된 이유로 보인다. 그가 아끼던 한 후배가 김 감독과 상의 없이 독단으로 작품 제작을 주도했다고 한다. 문제는 이 후배가 김 감독의 대리인 역할을 해오던 인물이란 점. 그가 떠나자 김 감독은 말 그대로 수족이 잘린 상태가 됐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금전적 문제까지 불거져 그를 절벽으로 밀고 있다고 한다. 결국 믿음을 갈라 놓은 돈이 문제가 된 셈이다.

원로 배우 트위스트 김의 죽음 또한 올 한해 영화계를 씁쓸하게 만든 사건 중 하나다. 트위스트 김에 대한 평가 역시 양극단이다. 1960~70년대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를 이끈 분명한 족적을 남긴 그지만 말년의 평가는 처참했다. 스스로가 자처한 여러 구설이 그의 발목을 잡았고, 동료 원로 배우를 포함한 후배들의 싸늘한 시선이 쏟아졌다. 따가운 시선 때문이었을까. 4년간의 뇌출혈 투병에도 불구하고 그는 지난달 말 천상의 무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그의 마지막 발걸음을 배웅한 이는 동료들도 후배도 아닌 ‘쓸쓸함’ 뿐이었다.

믿었던 후배의 배신과 동료들의 외면, 영화계 두 거장의 초췌한 모습이 가슴을 때린다. 적어도 영화란 큰 틀 안에서 함께 숨 쉬며 울고 웃던 후배들의 자세. 이건 아니다. 결과가 아닌 과정을 생략하더라도, 결코 아니다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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