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현대그룹과 양해각서를 해지(MOU)하고 현대자동차그룹과 매각 절차를 진행키로 한 채권단은 현대그룹 측에 ‘경영권 보장’과 ‘2700여 억원의 이행보증금 반환’ 등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경영권 보장’이란 건 현대건설에 포함된 현대그룹의 주력 계열사 현대상선 지분 8.30%를 현대차가 아닌 제 3자에 매각함으로써 범(汎) 현대가로부터 그룹 경영권을 보호해 주겠다는 것이다.
이 지분이 현대차로 넘어갈 경우 현대중공업그룹, KCC 등 범 현대가의 현대상선 지분은 42.15%가 되며, 현대그룹 우호지분(40.76%)을 넘어선다. 현대그룹으로서는 그룹 경영권이 뺏길 수도 있는 절박한 문제인 셈이다.
현대차그룹은 애초에 현대그룹 경영권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현대중공업 등 다른 범(汎) 현대가를 설득하는 게 관건. 특히 현대중공업은 현대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 여기에 반발, 매각주관사인 외환은행 잔액을 인출하는 등 현대차를 간접 지원해 온 바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지 않은 만큼 이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채권단은 또 현대그룹에 이행보증금 2755억원(인수금 5%)을 반납할 뜻도 내비쳤다. 지난해 대우조선해양 인수 당시 한화그룹의 경우 처럼 이행보증금은 되돌려 받기가 쉽지 않다.
채권단은 이 밖에 현재 외환은행이 현대그룹과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는 현대그룹 재무구조개선약정 MOU 체결 철회 방안도 새 카드로 내놓을 수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이 같은 방안이 꼬여 버린 현대건설 매각 작업의 매듭을 푸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처음에는 반발하겠지만 서로 양보해 중재안을 받아들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이 같은 중재안 성사 여부와 별개로 현대차와 매각 작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현대그룹의 전방위적인 민·형사상 소송에서 법원이 현대그룹의 손을 들어 줄준다면 현대건설 매각은 장기표류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 만큼 채권단의 중재안이 현대그룹에 얼마나 어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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