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살처분농가 아들의 글, 인터넷서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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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12-23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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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으로 가족처럼 아끼던 소를 땅에 묻어야 했던 한 축산농의 아들이 살처분 통보를 받은 순간부터 매몰되는 순간까지의 과정을 글을 생생히 기록해 보는 이들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특히 이 글에는 축산농의 아픔은 물론, 좀처럼 알기 어려운 방역직원들의 고충도 절절하게 담겨 있어 네티즌들의 공감을 사고 있다.

23일 인터넷포털 다음의 '아고라'에 유동일씨가 올린 '구제역 살처분 축산농가 아들'이라는 제목의 이 글은 "저의 부모님은 지난 13년간 한우를 키우셨다"는 고백으로 시작해 한우 121마리의 살처분 과정을 일지 형식으로 서술하고 있다.

다음은 유씨의 글을 서술 형식으로 재구성한 것.

<19일 밤 11시, 파주시 축산계장에게서 농장이 예방적 살처분 대상에 포함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지난 12일 출하를 위해 농장을 방문한 차량이 구제역 오염농장을 들렀던 차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20일, 살처분을 위해 농장 한가운데를 파서 매립해야 한다고 했지만 어머니는 121마리를 묻은 곳에서 편히 살 수 없다고 눈물지었다. 매립지 때문에 살처분은 하루 연기됐다.

21일 오후 3시, 살처분을 하기 위해 방역담당 여자직원 1명과 남자직원 1명이 농장에 왔다. 우리 가족은 이 사람들에게 항의도 하고, 눈물로 억울함을 호소했다.

오후 5시, 파주시 관계자가 찾아와 부모님께 무릎을 꿇고 '예방적 살처분에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사정했다. 이 직원은 어머니와 함께 눈물을 흘렸다.

오후 6시, 아버지와 나, 동생은 마지막으로 가는 소들을 위해 고급사료를 줬다.

소들을 안락사시키려고 주사기에 독약을 넣던 30대 여자직원은 주사기 개수를 확인할 때마다 구토했다. 이 직원은 '살처분 때문에 3일째 밤샘하고 있다. 1주일째 소화가 안된다'고 말했다.

오후 7시가 되자 안락사가 시작됐다. 큰 소는 2분만에, 암소는 1분만에, 송아지는...

우리 농장에는 3일전에 갓 태어난 송아지가 4마리 있었다.

여자 방역직원은 송아지들의 독약 주사기를 들고는 '제가 직업을 잘못 선택한 것 같네요'라고 울면서 바늘을 찔렀다. 그리고는 다시 구토했다.

자정 무렵 마지막 송아지가 죽는 것을 확인했다. 농장 여기저기 쓰러져 있는 소들을 덤프트럭에 실었다.

22일 오전 4시30분, 파주시 직원들은 '죄송하다'는 말을 조심스럽게 하고 돌아갔다. 121마리의 소들이 밥 달라고 울어대던 농장에는 적막만 흐른다.> 

유씨는 이 글에서 '120두 정도 규모의 농장이 되는데 13년이 걸렸는데, 그동안 휴일 없이 고생한 부모님의 땀은 누가 보상을 하겠냐'며 현재의 살처분 보상비용으로는 농장 정상화가 어려움을 토로했다.

유씨의 글에는 현재 430개가 넘는 응원과 격려의 댓글이 달려 인터넷 사이트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아이디 '하늘사랑심장'은 '저희도 한우를 키웁니다. 지금 초비상입니다. 같은 입장에서 뭐라 말씀을 드려야 할지..힘내시기 바랍니다'라고 했고, 아이디 '오명철'은 '부모님, 얼마나 마음이 아프실까요. 눈물 흘린 관계 공무원 모습도 마음이 아프네요'라고 달았다. /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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