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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김면수 기자의 稅상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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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12-26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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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세청의 토사구팽(兎死狗烹)

(아주경제 김면수 기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심을 쓰는 사람보다는 거두는 사람이 인기가 없는 것은 불변의 법칙인 듯 하다. 오죽하면 성경에서도 세금을 걷는 '세리'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이 담겨져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하지만 세금은 국가재정의 근간으로 우리가 한 국가의 국민으로서 향유하는 모든 공공재와 행정서비스가 모두 여기서 나오니 세금과 이를 거두는 국세청의 대한 인식은 나름대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하물며 북한의 '연평도 포격'이후 보강되는 국방예산도 국세청 산하 일선 국세 공무원들이 불철주야 거둔 세금에서 비롯되니 오히려 고마움을 느낄만도 하다.

특히 해방 이후 원조경제를 벗어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옛 '사세국' 시절부터 국세 공무원들은 빈 그릇에 한톨 쌀알도 아끼는 심정으로 세금을 걷고 이를 다시 국가동력원으로 되돌려 놓았다.

무엇보다 마땅한 과세정보가 없던 시절에는 직접 시골을 돌아다니며 세금을 걷기도 하고 그나마 돈을 다루는 부서라는 이미지 때문에 공직기강이 강조되는 시기에는 항상 확대경으로 관찰당해야만 했다.

이는 납세의 의무를 지닌 수천만의 국민을 대상으로 하기에 정부부처 중 가장 많은 격무에 시달리는 것이 국세 공무원의 책무였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연말이다. 연말연시는 한편으로는 신년을 맞이하는 즐겁고 중요한 시기이기도 하지만 국세 공무원들에게 있어서는 정년을 마감하는 자리기도 하다.

자전거를 끌고 시골 양조장을 누비고 밤새 눈 비벼가며 세금을 걷고 지난 수 십년 동안 국가의 경제발전을 지켜보며 가슴 한 켠 뿌듯한 감정을 간직한 이들이 떠나는 시기라 할 수 있다.

물론 국세청 4급 이상 고위직은 퇴직 후에도 제2의 인생을 위해 힘차게 박차 오를 수 있는 '자리'가 많고 또 세무사로 등록해도 어렵지 않게 새 출발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청운의 꿈을 안고 국세청에 들어와 9급 하위직부터 고생고생하며 겨우 오른 사무관급 이하 국세 공무원들은 퇴직을 해도 마땅히 발 붙일 곳이 없다.

특히 퇴직 또는 정년이 예고된 직원들의 경우에는 이미 퇴직 전부터 인기없는(?) '납세자보호관'과 '운영지원과' '소득세과' 등 한직에 배정돼 소외받기 십상이다.

연금에 기대하기에는 은퇴 후 미래가 너무 불안하기도 하다. 하지만 국세청이 이들 사무관 이하 국세 공무원들에게 주는 혜택은 너무도 빈약하다.

이 때문에 국세청 조직을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현장을 누비며 달려온 이들은 이제 정년 앞에서 하나같이 '말년에 국세청이 부여한 댓가'에 대해 적잖은 푸념을 늘어 놓는다.

국세청과 수 십년을 동고동락하며 국가 경제의 한축으로 30년 동안 격무와 바늘귀 같은 승진 경쟁에서 시달려온 이들.

떠나는 이들에게 국세청이 보다 따뜻한 제도적 배려를 해주는 것이 과연 무리한 요구일까? 이들에 대한 국세청의 넓은 아량이 절실히 요구되는 연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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