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빨간날이야!" 늘어나는 연휴에 필리핀 원성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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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12-27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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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정은 기자) 정부가 일하지 말고 놀라고 권하는데도 국민들의 원성이 높아지는 나라가 있다. 바로 필리핀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정부의 마구잡이식 공휴일 지정에 필리핀 국민들의 불만이 점점 커져가고 있다고 전했다.

필리핀 정부는 최근 크리스마스를 2주도 채 앞두지 않은 시점에 느닷없이 금요일인 24일과 월요일인 27일을 공휴일로 한다고 발표했다. 나흘 연휴 동안 국민들의 집중적인 쇼핑과 여행을 통해 산매 매출을 끌어올리고 관광산업을 활성화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에서였다.

글로리아 아로요 전 필리핀 대통령도 그동안 이를 '휴일경제(holiday economics)'라고 부르며 해변에서 서핑하는 모습이나 마닐라 북부 고향을 찾아가는 것을 대내외적으로 홍보한 바 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연휴에 대해 기업주들과 심지어 근로자들까지 불평을 쏟아
각국 공휴일 수
내고 있다.

가장 큰 문제점은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지나치게 많은 공휴일’이다. 올해 필리핀 공휴일은 총 21일로, 이웃국가들인 베트남(9일)과 싱가포르(11일)와 비교할 때 두배 수준이다.

이처럼 지나친 공휴일은 ‘친기업적’이라고 홍보하고 있는 정부의 경제 정책을 악화시키고 있으며 이에 따라 베니그노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은 내년 휴일을 올해 보다 5일 줄여 16일로 정하려고 준비중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정부가 수주 전, 심하면 하루 전 불쑥 휴일을 지정하기 때문에 기업들의 사업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온라인비즈니스 서비스업체인 웹필리핀스의 로저 추아 대표는 “휴일에는 특히 은행이 닫기 때문에 고객사들을 찾아다니며 수금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의 휴일 발표와 동시에 직원들의 심리는 '일을 그만하는’ 모드로 바뀐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다마리스 야르시아스 아시아개발은행(ADB) 컨설턴트는 “휴일경제는 휴일 동안 기업 생산을 막기 때문에 고용과 자금 순환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쓸 수 있는 소득이 줄어드는 것은 긴 휴일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를 상쇄한다”고 말했다.

휴일경제가 관광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미약하다. 필리핀 전체 국내총생산(GDP)에서 관광산업의 비중은 8%에 불과하다. 태국의 절반 수준이다. 그래서 휴일로 인해 관광산업이 다른 산업에 긍적적인 연쇄반응을 일으킬 가능성은 미약하다.

무엇보다도 필리핀 근로자들은 필리핀 지역 여행을 다닐만큼 많이 벌지 못하고 있다. 필리핀 국민들의 연소득은 2000달러 이하다.

그래픽 디자이너인 데이비드 라모스는 “일하지 않는다면 돈을 받을 수 없다”며 “지나치게 많은 휴일로 인해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많은 휴일은 해외 투자를 방해한다는 연구도 나왔다. 최근 외국인상공회의소연합회는 많고 불규칙한 휴일은 해외 기업들이 필리핀으로 진입하는 것을 방해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미 필리핀은 동남아지역에서 해외 직접 투자 부문 최하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필리핀은 19억5000만달러를 기록한 데 반해 인도네시아는 48억8000만달러, 베트남은 76억 달러, 태국은 59억6000만 달러를 달성했다.

그러나 설상가상으로 필리핀 의회에는 내년 아키노 대통령 부모님을 기념하는 날, 애완동물의 날 등 공휴일을 8일 추가하는 법안이 상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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