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유희석·이혜림·김지나 기자) 올해 전국 집값은 전반적으로 약세를 면치 못했다. 주택 거래량은 곤두박질쳤고 하우스푸어(집 가진 가난한 사람)가 쏟아졌다. 정부가 8·29 대책을 발표하며 집값 하락세에 제동을 걸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후 연말이 가까워 오면서 일부 지역에서 집값이 바닥을 치고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 주택 시장이 완전히 회복됐다고 보기에는 이르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반면 전세시장은 가을 이사철을 전후로 요동치기 시작해 아직까지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내년 집값은 과연 오를 수 있을까? 집은 언제 사야하나?' 누구나 궁금해 하는 질문이지만 쉽게 대답하기에는 시장 상황이 너무 불투명하다.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6인의 전문가에게 내년 부동산 시장 전망을 부탁했다.
◆ 내년 집값 오른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내년 전국 집값이 1~2%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과 소형주택을 중심으로 가격이 오를 것이란 전망이다. 주택산업연구원도 내년 아파트 매매가격이 전국적으로 2%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중 서울과 경기, 인천지역은 2.5%로 전국 평균을 약간 웃돌 것으로 예측했다.
전문가들도 이와 비슷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공통적인 이유로는 역시 공급 부족이다.
내년에 전국적으로 공급될 주택 물량은 약 17만 가구로 올해의 26만여 가구보다 35%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실장은 “주택 공급이 부족한 지역을 중심으로 급매물이 소진되고 대기수요가 늘면서 자연스레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내년 주택 매매시장이 회복세에 접어들어 전체적으로 4~5% 정도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일단 투자심리가 살아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또 신규 분양 물량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 상황도 집값 상승과 매매 거래량 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114 김규정 리서치센터 본부장은 내년 집값 상승률을 2~3%로 이 팀장보다는 낮게 예상했다. 하지만 수도권은 매매가격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을 뛰어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이유로는 ▲내년 주택 공급 부족 ▲전셋값 상승에 따른 전세수요의 매매수요 전환 ▲저금리 기조로 인한 풍부한 유동성 ▲부동산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 등을 꼽았다.
내년 주택 시장이 올해에 비해 크게 좋아지기 보다는 강보합세를 이룰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집값이 오르더라도 상승폭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민은행 박합수 부동산팀장은 “내년 주택시장은 봄 이사철까지는 강보합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며 “주택 공급 부족과 풍부한 시중 자금이 실물 시장으로 유입되면 부동산 시장이 안정화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닥터아파트 이영진 리서치연구소장은 “이미 소비자들의 눈높이는 보금자리주택의 저렴한 분양가에 맞춰져 있다”며 “현재 집값이 아직 비싸다는 인식이 있는 한 내년에도 집값 하락세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비교적 보수적인 전망을 내놨다.
내년 주택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변수로는 8·29 대책 중 내년 3월에 종료되는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조치가 뽑혔다. 금리가 올해보다 오르고 가계대출에 대한 거치기간 연장 불가론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DTI 규제 완화 조치가 연장되지 않는 다면 주택 시장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 전세시장 불안은 계속
올해 타인 집에 세들어 사는 서민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치솟는 전세가격에 골머리를 앓았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지역 전세가격지수(2008년 12월을 100이라고 가정)는 111로 지난해 말보다 6% 나 올랐다. 경기도와 인천시도 각각 5.9%, 5.2%로 급등했다.
지방에서도 대도시를 중심으로 전세가격이 크게 들썩였다. 부산과 대전의 지난달 전세가격지수는 올 초에 비해 각각 12%, 13.2% 올랐다. 경상남도(10.2%)와 충청북도(6.6%), 전라북도(6.4%) 등도 수도권 전세가격 상승률을 웃돌았다.
내년 전세시장 전망은 올해보다 더 암울하다. 올해는 입주 물량이라도 많았지만 내년에는 입주를 시작하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내년 전국에서 입주를 시작하는 아파트는 약 19만가구로 올해 입주 예정 물량인 30만가구보다 무려 37%나 감소할 전망이다.
박합수 팀장은 "최근 겨울철 비수기를 맞아 전세시장 불안이 다소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지만 겨울 방학을 거치고 봄 이사철이 다가오면 전세난이 다시 부각될 것"이라며 "크게 줄어드는 입주 물량과 수도권 주요 재개발, 재건축 현장의 이주 수요까지 발생하면 전세시장의 불안이 가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연구소장도 "내년에는 신규 입주 물량 감소로 인해 주택 전세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면서 시장 불안 상황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함영진 실장은 "매년 결혼하는 신혼부부가 31만 쌍 정도인데 이중 상당수가 전세 수요"라며 "이들 수요를 흡수할 소형 주택 등의 공급을 늘려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남수 팀장도 "단정 짓긴 어렵지만 내년에는 5% 정도 전세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며 "현재 서울 및 경기, 인천지역의 전세 물량은 많이 부족한 상태"라고 전했다.
◆ 보금자리주택 위력 여전
내년에도 뛰어난 입지와 저렴한 분양가를 내세운 보금자리주택의 위력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내년에는 서울 강남 세곡지구, 서울 서초 우면지구와 경기 고양 원흥지구, 경기 남양주 진건지구, 위례신도시 등에서 보금자리주택 약 4000가구가 본청약을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3차 지구인 경기 광명 시흥지구와 4차 지구인 서울 양원지구, 경기 하남 감북지구 물량도 사전예약 방식으로 시장에 나올 전망이다. 여기에 5차, 6차 지구까지 지정되면 보금자리주택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영진 소장은 "수도권은 미분양 주택 물량이 아직 많은데다 보금자리주택으로 가격 경쟁력을 잃은 민간 건설사들이 분양을 미룰 것"이라며 "계획 물량 기준으로 역대 최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합수 팀장도 "보금자리주택은 '반값' 아파트 논란까지 일으키며 대부분의 실수요자를 대기 수요층으로 만들었다"며 "주택 시장 하향 안정화에 기대 이상의 효과를 거둔 만큼, 내년에도 위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했다.
함영진 실장과 김규정 본부장도 "올해 건설사에 대한 구조조정이 어느 정도 진행됐지만 주택 업체들의 재무구조는 아직 크게 좋아지지 않아 신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보금자리주택, 장기전세주택(시프트) 등 공공주택이 주도하는 시장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분양에 나서는 사업자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내년 민간 분양시장에 대해 비슷한 전망을 내놨다.
하지만 신한은행 이남수 팀장은 내년 신규 분양 물량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다른 전문가와는 조금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이 팀장은 "서울 강북지역, 인천 송도지역 등에서 민간 건설사들이 분양을 미뤄 놓은 물량이 많이 있다"며 "올해 시장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쌓아 논 물량으로 내년 시장 상황이 개선되면 건설사들이 이들 물량을 쏟아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다만 분양 물량이 전 지역에 걸쳐 한번에 나오기는 어렵고, 수도권은 미분양 물량 등이 아직 많아 분양 시장이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원갑 소장도 "내년 분양 물량은 올해보다는 소폭 증가할 것"이라며 "하지만 예년 수준을 회복하기는 힘들고 분양가격에 대한 시장의 민감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분양성패는 분양가를 얼마나 낮출 수 있는 가에 달려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지방 분양 시장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거의 일치했다. 올해 분양 시장에 훈풍이 불었던 부산과 대전 뿐만 아니라 광주, 대구 등 지방 대도시로 온기가 전달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함영진 실장은 "내년에 지방과 수도권 분양 시장의 양극화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단순히 지방과 수도권으로 나눈기 보다는 분양가격, 입지여건 등에 따라 분양 시장의 분위기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