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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섭 한은 조사국 팀장과 이원기 차장은 30일 ‘BOK 경제 브리프’에 실린 ‘가계저축률 하락과 정책과제’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주장했다.
가계저축률(개인순저축률)이란 개인이 쓸 수 있는 돈 가운데 얼마나 저축하는지를 나타낸다. 한국의 가계저축률은 지난 1988년 24.7%에 달했으나 외환위기를 이후 급락하기 시작해 지난해에는 3.2%까지 떨어졌다.
보고서는 “여타 선진국도 가계저축률 하락하긴 했지만 한국처럼 급락한 예는 찾기 어렵다”며 “앞으로 고령화 등의 영향으로 가계저축률은 더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고서는 가계저축률이 급락한 이유로 성장의 과실을 대부분 기업이 챙기는 ‘분배 왜곡’을 꼽았다. 가계는 저축하고 싶어도 저축할 만한 돈이 별로 남지 않는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경제의 고용흡수력이 약해져 가계가 나눠갖는 임금소득의 증가세가 둔화했다”며 “자영업자 역시 대형·전문업체 등장과 온라인 구매 등의 영향으로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퇴출당하는 처지”라고 진단했다.
또 “사교육비와 통신비, 자동차 보급 확대 등으로 교육, 통신, 교통 관련 지출이 필수적으로 여겨지면서 소득이 적어도 소비를 줄이기 어렵게 돼 저축 여력을 약화시켰다”고 분석했다.
2003년 이후 나타난 저금리 기조 역시 가계의 이자소득 증가세를 둔화시키는 등 저축률 하락에 한몫한 것으로 풀이했다.
보고서는 가계의 부채가 자산보다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가운데 가계저축률이 하락하면 경제 정책 운영이 어려워지고 건전성이 나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악의 경우 미국 같은 금융위기가 터지거나 일본 같은 `저성장.저물가 함정‘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영국처럼 은퇴자가 늘어나는 가운데 은퇴 전 소득과 은퇴 후 필요 자금의 차이가 커져 사회적 불안으로 비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가계저축률을 높이려면 일자리 창출에 집중해 가계의 소득을 늘리는 게 우선”이라며 “대기업 신성장동력 산업 육성, 소득분배 구조 개선, 서비스 산업 경쟁력 제고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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