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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가 2000년대 들어 남발된 개발정책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13일 영동고속도로를 거쳐 중앙고속도로 남원주 IC를 빠져나와 5분여쯤 달리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늘어선 신도시가 눈앞에 펼쳐졌다. 바로 원주 무실지구다.
무실지구는 1·2·3·4지구로 나뉘어 지난 2003년부터 순차적으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현재 무실3지구 개발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으나 4지구는 지구에서 폐지하거나 사업을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되고 있다. 수요가 부족해 개발을 완료해도 이를 채울수 없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원주시청이 3년 전 이전해 온 무실3지구는 청사 맞은편으로 대한지적공사를 비롯해 7~8개의 중소형 오피스 빌딩이 들어서 있지만 빌딩마다 ‘임대’라는 현수막이나 광고판이 부착돼 있다. 대부분 빌딩의 1층 점포가 비어있을 정도로 공실률이 심각하다. 과잉 공급에 따른 미분양 문제도 심각하다. 할인분양 등 각종 혜택을 주고 있지만 미분양 문제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개잘중인 태장2지구(소일지구) 택지개발사업도 축소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에 따라 주민들은 당초 계획대로 사업을 추진하던지 아니면 지구지정 자체를 아예 폐지하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처럼 강원도에서도 마구잡이식으로 진행된 개발에 따른 후유증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원주 태장2지구처럼 강원도에서 진행 중인 택지개발 사업 가운데 폐지하거나 규모를 축소하는 등 재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곳은 태장2지구를 비롯해 춘천 우두, 강릉 입암, 삼척 도계2, 춘천 거두3, 춘천 만천2, 고성 가진, 원주 무실4지구 등 8곳에 이른다.
◇ 기업·혁신도시 의료단지 유치 실패로 위기
원주기업·혁신도시도 상황이 어렵다. 원주는 기업도시와 혁신도시를 동시에 유치하면서 한껏 기대에 부풀었었지만 지금은 기세가 많이 꺾였다.
특히 지난 1998년부터 제약·의료 산업 특화를 위해 관·학 협력을 통한 첨단의료기기 산업 육성정책을 펴온 원주시는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가 실패로 끝나면서 상당수 대형 개발사업이 차지을 빚고 있다.
원주시 관계자는 “원주기업도시 명칭을 '메디폴리스'로 정할 정도로 국제적인 의료복합 브랜드 도시의 창조를 기치로 내걸었지만 의료단지 유치가 불발되면서 기존에 입주를 약속했던 기업조차 발길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혁신도시 역시 부지조성공사 진척도가 한 자릿수를 기록할 정도로 더디다. 치악산 바로 아래 반곡동일대에 들어서는 혁신도시 건설현장은 굴삭기 등 건설 중장비는 찾아보기 어렵고 건설 자재들만 곳곳에 쌓여 있었다.
시 관계자는 “공공기관이 이전한다지만 선분양 용지조차 제대로 조성되지 않고 있어, 당초 계획보다는 더 늦어질 전망”이라며 “강원 혁신도시의 땅값이 인근 산업단지보다 비싸 혁신도시의 목표와 개념을 재정립하고 다양한 개발방식을 도입해 민간의 참여기회를 확대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원도는 동해안권발전종합계획에 담고 있는 △에너지산업벨트 △국제관광 거점 기반 조성 및 창조산업 육성 △산업부문간 연계 강화를 통한 기간산업 고도화 △인프라 확충 및 환동해권 교류협력 강화 등 4대 전략을 토대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에너지산업벨트로 디메틸에테르(DME) 연료단지 건설(삼척), 첨단에너지단지 조성(삼척), 천연가스 차량시범단지 조성(동해·삼척), 저탄소 녹색시범도시 조성(강릉) 사업 등이 추진되고 있다.
국제관광 거점 기반 조성 명분으로 속초 아쿠아 테마파크와 고성 국제관광도시 조성, 강릉 블루 헬스케어콤플렉스 구축, 망상 웰빙 휴양타운 건설 등 각종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또 지역별로 마그네슘 산업단지(강릉), 비철금속 산업단지(동해), 소방방재 특화 산업단지(삼척), 세라믹 신소재산업 클러스터(강릉), 해양심층수 R&DB센터·과학관(고성), 해양바이오 산업화 거점(강릉), 친환경 유기농 특화지구(삼척), 바다목장(고성), 해양수산 가공식품산업단지(속초), 수산물 명품벨트(속초) 등 각종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 꿈이 컸던 알펜시아 리조트…유동성 위기
강원도의 고민거리인 알펜시아 문제도 이러한 과개발이 한 요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강원도는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목표로 알펜시아 리조트 개발에 들어갔으나 계획했던 투자유치가 부진하면서 심각한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알펜시아 리조트를 개발 사업을 주도한 강원도개발공사의 부채규모는 1조원, 이로 인한 이자만 연간 400억원에 달하고 있다. 보유자산은 21억원 정도에 불과하지만 올해 말까지 마무리 공사비 2250억원, 공사채 만기도래분 상환액 2500억원 등 4750억원이라는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최근 중국 상하이옥심투자관리유한공사(옥심)와 3월까지 650억원을 예치하고 8월까지 3500억원을 투자하는 등 총 2조원의 투자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특히 법무부가 지난 11일 옥심이 전제조건으로 요구하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영주권 부여 문제를 허용키로 함에 따라 옥심이 약속한 투자가 성사될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곳곳에서 과개발로 인한 폐해가 속출하고 있지만 강원도는 새로운 개발계획을 또 준비하고 있다.
바로 남북 접경지역발전 종합개발계획이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2011년 업무계획에 접경지역 종합개발계획을 담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남북관계가 악화되면서 발표는 못했지만 '접경지역지원 특별법'이 통과 되는대로 계획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아직 특별법이 통과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강원도는 6개 시·군 접경지역에 2012년까지 총 7조975억원을 투자해 개발하는 계획을 지난 2009년 이미 수립해놓고 있다.
낙후된 접경지역의 발전을 위해 관광 개발 등 약 8조원이 투입되는 종합계획안을 마련한 것이다. 계획안은 282개의 접경지역 개발 사업에 국비 4조4200억원, 지방비 1조4000억원을 투입하고 민자 1조2600억원을 유치하는 것으로 돼 있다.
원주 무실동에서 만난 최하나(44·여)씨는 "남원주역세권 개발 사업을 비롯해 무실지구, 혁신도시, 기업도시, 문막신도시, 대명원 개발 등 끝이 없을 정도로 2005년 이후 각종 개발 사업이 벌어지고 있다"며 "하지만 제대로 진행 중인 사업은 거의 없어 지역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말했다.
특별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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