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임봉재 기자) 밥 한 공기를 뚝딱 훔치는 ‘밥도둑’.
많은 반찬도 마다하고 제대로 된 반찬 하나만 있으면 오늘 밥 걱정은 없다.
‘배가 터져 못 먹겠다’는 거짓말은 통하지 않는다.
배가 불러도 밥 숟가락 놓기가 무서운 맛깔스러운 반찬.
꽃피는 춘삼월, 입맛 없는 가족들의 반찬 투정을 잠재울 ‘밥도둑의 종결자’를 소개한다.
△만화가게(?)가 아니다
국도43호선 축석검문소 삼거리에서 포천시 광릉수목원 방향으로 300m를 가다보면 우측에 허름한(?) 맛집을 찾을 수 있다.
간장게장으로 유명세를 타는 맛집이다.
바로 ‘만화간장게장’이다.
언뜻 보면 80, 90년대 우리들 가슴 속에 자리잡았던 ‘만화가게’로 착각할 수 있으니, 유심히 간판을 살펴보기 바란다.
만화간장게장은 중간유통과정 없이 갓 수확한 꽃게를 직접 받아 조리하기 때문에 명품 간장게장을 맛볼 수 있다는 게 최고의 매력이다.
주인장의 똥고집(?) 덕분에 게장을 거품없는 가격으로 맛 볼 수 있다.
맛있는 간장게장을 다 먹고 인근 저수지로 드라이브를 한다면 더할 나위없이 즐겁다.
만화간장게장 인근에 있는 저수지는 고모네(?) 저수지가 아니라 고모리 저수지다.
△입맛 없는 가족에게 점수 따기
며칠 전 입맛이 없다는 아내의 성화에 못이겨 만화간장게장을 찾았다.
꽃게간장게장을 주문하니, 증기를 내뿜는 돌솥밥과 함께 갖가지 밑반찬으로 한상이 차려졌다.
이윽고 등장한 간장게장.
주홍색 알이 가득한 탐스러움, 잘 손질된 단정함으로 무장한 간장게장이다.
알배기 암케를 간장에 절여 5일 동안 숙성시킨 이 간장게장은 게살이 투명한 게 무척 신선함이 느껴졌다.
갑옷이 벗겨진 꽃게의 살은 쫀득 그 자체이다.
약간은 쌉싸름한 노오란 게장의 특유한 맛과 향이 입안 가득 전해지는 것이 별미다.
간장만 떠 마셔도 짜지 않을 정도로 밑간이 심심하다.
마른 김에다 고슬고슬 지은 돌솥밥을 한 숟가락 떠서, 그 위에 알백이 간장게장을 함께 얹어 한입 가득 채우노라면 세상 부러울 게 없다.
꽃게의 속살을 다 비운 게딱지에 밥을 비벼, 김에 싸서 한아름 입을 벌려 먹는 아내의 표정에서 뿌듯함이 느껴진다.
한국인의 힘은 ‘밥심’이라는 게 맞는 것 같다.
입맛이 없어 투정부리던 아내의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었고, 출산 후 겪던 우울증까지 한방에 날려버린 모양이다.
만화간장게장에서 게장정식만을 운운하면 다른 반찬들이 섭섭해 할 것 같다.
미역국은 텁텁하지 않고 시원한 단맛이 돈다.
미역이 쌀짝 스치고 간 다른 미역국과는 차원이 다르다.
갖가지 나물과 버섯, 무짠지는 전체적으로 짜지 않다.
맛있는 밥도둑을 모두 해치우고 자리에서 일어서면, 주인장은 비닐에 쌓인 무언가를 건넨다.
고슬고슬 지은 돌솥밥에서 나온 구수한 누룽지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에서 ‘오도독 오도독’ 씹어 먹으면, 할머니의 손맛이 생각난다.
△예약은 필수!
최고의 밥도둑 간장게장을 맛보려면 미리 예약하는 것이 센스다.
자리가 없어 기다림에 지쳐 남들 먹는 모습에 군침을 흘리면 보기에 안좋지 않은가?
그래서 만화간장게장을 찾기 전에 미리 예약하는 것을 권하고 싶다.
주말이면 이 곳에서 30분에서 1시간을 기다리는 것은 기본 에티켓이 된지 오래다.
만화간장게장의 메뉴는 꽃게간장게장 1만5000원, 참게매운탕 1만5000원, 민물참게장 1만원이다.
또 자리가 없어 맛을 못보는 손님들을 위해 꽃게간장게장을 포장 판매하고 있어 가정에서 특별식을 먹거나 지인들에게 선물할 수 있다.
만화간장게장(포천시 소흘읍 이동교리 519-15, ☎031-543-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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