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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크게 늘어난 가계부채로 인해 가계의 이자부담 증가와 가계부실화를 우려하면서 금리인상을 경계하는 일부 견해가 있다. 그러나 이자부담 증대 우려를 근거로 해서 금리인상을 반대하는 것은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이다. 원래 금리인상의 목적은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을 늘리고자 하는 데 있다. 그래야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면서 물가상승 압력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자부담이 늘어나야 가계의 차입 수요가 줄어 들어 가계부채의 증가세를 둔화시킬 수도 있다. 물론 금리 인상이 낳을 부작용을 부인할 수는 없다. 특히 저소득층의 경우 금리상승에 따른 이자부담 증대로 경제적 어려움이 더욱 커질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일자리 증대, 서민금융의 활성화 등의 보완적인 대응책으로 해결할 문제이다. 금리 변경이라는 거시경제정책은 물가, 경기 등 거시경제 상황을 우선적으로 염두에 두고 행해져야 하는 것이다.
둘째, 현재의 물가 불안이 국제 곡물 및 유가 급등과 같은 공급측면의 충격에 의한 것인 만큼 금리인상이 적절한 정책수단인지에 관한 논란이다. 교과서적으로 보면, 현재와 같은 부정적인 공급 충격이 발생하면 물가가 상승하고 소득이 줄어든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인상은 수요위축을 가져와 소득 감소를 가속시킬 뿐 물가안정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현재의 국제 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이 단순히 공급 불안에 따른 이유로만 보기는 어렵다. 최근 중동의 민주화 시위 등이 발생하기 이전에도 유가는 강세기조를 유지했는데, 이는 신흥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경제의 상승세에 기인한 바 크다. 최근의 유가 급등은 공급 충격과 더불어 전세계적인 수요 상승세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공급 불안에 의해 발생한 유가 및 원자재 가격 상승은 경제 각 부문에서 비용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시간을 두고 공산품이나 서비스 가격의 상승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한번 가격이 오르면 하방 경직적인 물가 구조를 지니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현재 물가불안이 상당 부분 공급 충격에 의해 발생된 것이라 하더라도 물가 불안심리 차단 차원에서라도 금리인상으로 대응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셋째, 국제원자재 가격의 상승이 물가 불안의 주 요인인 만큼 빠른 원화절상을 유도하거나 용인하는 것이 보다 물가안정에 효과적일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 과거 정책당국이 고환율을 선호했다는 일반적 인식, 고환율이 수출대기업에만 유리할 뿐 대다수 내수 위주의 중소기업에는 불리할 뿐이라는 주장 등이 그 배경으로 작용한다. 원화절상은 손쉽게 수입물가 하락을 가져와 물가안정 효과를 기할 수 있는 수단인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인위적으로까지 원화절상을 유도하는 것이 가능하고 바람직한 지는 의문이다. 금리와 달리 환율은 정책당국의 영향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환율을 결정하는 외환수급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움직임에 크게 좌우되기 때문이다. 정책당국이 외환수급에 영향을 주기 위해서는 외환시장 개입이 필요한데 원화절상 유도를 위한 외화매도는 외환보유액의 감소로 이어진다. 원화절상은 경상수지 악화를 유발한다. 이로 인해 대외신인도가 저하되고 최악의 경우 경제위기 원인이 될 수도 있다. 경상수지 흑자 상황을 반영하여 원화가 절상될 수는 있겠으나 인위적인 원화절상을 정책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올해는 대외 불확실성이 높은 데다 국제 원자재가격 불안으로 물가여건도 대단히 좋지 않다. 정책선택의 어려움이 클 수밖에 없다. 이런 때일수록 상황 변화에 따른 정책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당초의 물가상승률과 성장률 목표치에 집착하는 것은 부작용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단순히 성장과 물가 중에서 양자 택일하는 식의 접근도 바람직하지 않다. 물가상승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되 과도한 물가급등을 억제하기 위해 어느 정도 성장 희생도 감수하는 정책 조화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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