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악→정치학→국제경제학을 공부하던 그가 음악인으로 돌아온 사연은?

  • 클래시컬 팝 아티스트 홍범석 인터뷰

클래시컬 팝 아티스트 홍범석. (사진=홍정수 기자)


(아주경제 김나현 기자)“고 2때다. 그 당시엔 음악대학을 간다고 하면 모두들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반장에다가 공부도 잘 하는데 왜 음대를 가려고 하느냐며 선생님의 반대가 심했다. 내 뜻을 꺾을 수는 없었다. 무단 결석에 가출을 했다. 반항을 좀 해봤다. 그러다 선생님이 지신 거다”

살짝 웨이브진 머리에 네추럴한 정장 차림을 한 이 남자가 바로 ‘국내 최초의 클래시컬 팝 아티스트’ 홍범석(43.Vimutti)이다.

그를 설명하려면 스토리가 조금 길다. 연세대학교와 뉴욕 맨해튼 음대에서 성악을 공부했다. 인디애나 대학교에서 정치학을, 존스 홉킨스 대학의 국제관계 대학원에서 국제경제와 동아시아학을 전공했다.

이후 한국에 와서는 군납 업체 대표를 맡았다. 그렇게 머나먼 길을 돌고 돌다가 작년 12월 마흔두 살의 나이에 드디어 ‘Rest(휴식)’라는 음반을 냈다.

“음악에 대한 꿈을 못 잊어 음반을 내지 않은 상태에서도 공연 제의가 들어오면 꼬박 꼬박 참석했다. 한미수교 125주년 기념 행사 등 각종 행사를 기획하고 재즈 클럽에서 협연도 하면서 음악과 함께 지냈다.”

4년 전쯤 더 늦기전에 마음을 다잡고 음악의 길로 돌아왔다는 그는 우리나라의 좋은 문화를 외국에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K-POP이라는 대중문화는 이미 많이들 잘 하고 있는데, 이것보다 한 단계 깊은 문화의 토대를 만들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의 크로스 오버는 조금 왜곡돼 있다. 외국에서는 크로스 오버라고 하면 에스닉한 음악, 즉 민속적인 음악에 팝을 섞은 것들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오직 클래식 비슷한 냄새가 나는 발라드를 말한다.”

국내 크로스 오버 장르에 오류가 있다고 말한 그는 외국 유명 노래들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오버 더 레인보우’가 떴다하면 너도나도, ‘넬라판타지아’가 떴다하면 또 너도나도…. 왜 우리는 우리가 만든 노래를 유럽과 같은 나라의 뮤지션들에게는 알리지 못하는 것인지 답답했다.”

유행을 답습하는 국내 음악계의 현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밝힌 그는 한국에도 이런 아티스트가 있다는 걸 전 세계에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뒤늦게 음반을 내는 만큼 후회하지 않을 어려운 도전을 택한 그는 자신이 작사, 작곡에서 총 프로듀싱까지 도맡았다. 특히 쇼팽의 ‘녹턴’에 영어가사를 붙인 것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일이라고.

“어렸을 때부터 피아노, 포크 기타, 일렉트릭 기타 등 다양하게 연주해왔다. 아마 이런 어린 시절이 음악성을 키우는데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

그의 음반에 수록된 곡들은 다양한 음악성만큼이나 여러 장르를 넘나들고 있다. 클래식에서부터 재즈, 팝댄스까지 다채로운 음색을 자랑한다.

“나를 크로스 오버 가수라고 불러도 불만은 없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클래시컬 팝 아티스트’라 불리고 싶다. 나만의 특화된 이름을 갖고 싶다.”

그의 첫 이미지는 부드럽다. 그러나 음악적으로는 굉장히 욕심이 많아 보인다. ‘국내 최초의 클래시컬 팝 아티스트’이면서도 ‘토털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고 말한 그는 노래만 하는 음악인이기보다 프로듀싱 등 음반 작업에도 다양하게 참여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오는 9월 25일 홍 씨의 단독 공연이 있다. 이 공연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보여주고 싶다고 한다. 욕심이 앞서다 보면 다양한 장르의 선곡이 오히려 관객들을 헷갈리게 할 수도 있으니, 자연스럽게 다가설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진지하게 인터뷰에 임하던 그가 앞으로의 꿈을 묻자 금세 화색이 돈다. 그는 제주도 원정경기도 따라갈 정도로 FC서울 프로축구단의 빅팬이라고 자랑이다.

“FC서울과 응원단을 위해 하프 타임때 응원가를 부르고 싶다”며 “내 노래 중에 스포츠와 관련된 ‘The Winner Takes It All(승자가 모든 걸 갖는다)‘이 있는데 이 노래를 가지고 응원 공연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혹시라도 수원삼성블루윙즈팬들의 안티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하는 눈치다.

또 가수 '슈퍼스타 K2' 우승자인 허각이 자신한테 레슨을 받았다며, 노래를 굉장히 잘한다고 칭찬하는 모습이 영낙없는 아티스트다.

마지막으로 홍 씨는 팬들이 음반을 들으면서 ‘아 편안해졌다’라고 느끼길 바란다며 ‘클래시컬 팝’ 분야에 대한 관심을 당부하는 말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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