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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차장 |
초과이익공유제라는 화두를 꺼내 든 이래, 정 위원장은 최근까지 재계의 아이콘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원거리 설전까지 벌이면서 물러서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오히려 그는 “삼성전자는 매 연말이 되면 목표이익을 초과하는 이익이 발생하는 경우 그 초과이익 중 일부를 내부 임직원에 대한 성과 인센티브로 제공한다”며 “(초과이익 공유제는) 삼성전자가 이미 실시하고 있는 이익공유의 대상을 임직원 뿐 아니라 협력업체에게로도 넓히자는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삼성을 직접 겨냥한 이 발언은 정 위원장의 불편한 심경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신정아씨의 에세이 출간과 함께 촉발된 이른바 ‘서울대 교수 제의설 파문’과 시기적으로 맞물린 정 위원장의 사퇴 표명으로, 동반성장위원회의 앞길이 안개 속에 갇혔다.
동반성장위원회 사무국은 초과이익공유제를 포함한 동반성장 논의를 중단한 상태로 혼란스러운 모양을 보이고 있다. 오는 28일 열릴 예정이었던 제4차 회의 개최여부마저 불투명할 정도이다.
정 위원장은 정·재계를 모두 달궜던 초과이익공유제는 물론 동반성장지수, 중소기업 적합업종․품목선정 등 동반성장위원회의 핵심 과제를 주도했다.
이랬던 정 위원장이 일련의 ‘악재(惡材)’ 속에서 추동력이 약해진 것에 대해 대기업들의 속마음이 ‘불감청(不敢請)이언정 고소원(固所願)’인 것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대기업들은 드러내놓고 큰소리를 내지 못했을 뿐이지 동반성장지수 발표 계획을 두고도 일종의 ‘대기업 줄세우기’라고 반대했다.
초과이익공유제에 가려서 일반인들에게는 주목을 덜 받았지만, 대기업에서는 ‘중소기업 적합업종․품목선정’과 관련해서도 “사업부문 중 일부를 접으라는 말이냐”며 불만이 팽배했다.
같은 맥락에서 일부 대기업들은 이 같은 회원사들의 속마음을 전경련이 제대로 대변하지 못했다고 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10일 허창수 회장이 주례하는 첫 번째 회장단 회의에서 초과이익공유제와 관련해 전경련이 공식적인 발언을 일체 하지 않은 것이다.
전경련은 당시 공식브리핑에서 “초과이익공유제는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10대 그룹의 한 임원은 “전경련은 아무 말도 못하고 오히려 재계의 입장을 대변한 셈인 된 한 기업 총수가 뭇매를 맞았다”면서 “앞으로도 이렇게 (전경련이) 눈치만 봐서야 되겠냐”고 말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이달 들어서도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을 만나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한 재계 의사를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취임 간담회에 이어 벌써 두 번째 밝힌 것이지만 구체적인 일정을 실무진이 조율하고 있다는 말은 어디서도 들리지 않았다.
정 위원장의 사퇴여부가 관심사로 부상한 시점이고 보면 전경련의 실기(失機)에 대한 회원사들의 불평이 조만간 귀에 잡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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