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정책부문을, 권혁세 원장은 김독과 검사 기능을 총괄하며 국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추진하게 된다.
그러나 김석동-권혁세 라인을 바라보는 금융권의 시각에는 불안감이 가득하다. '관치'를 강조하는 김 위원장과 함께 권 원장까지 강성기조를 선언하면서 시장 통제가 훨씬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금감원, 권혁세號 출범
권 원장은 이날 오후 취임식을 갖고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권 원장이 취임 일성으로 강조한 것은 금감원의 '검사기능' 강화다.
그는 "그동안 검사기능이 상대적으로 취약해져 금융부실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금융회사와 시장에 대한 상시감시를 강화해 잠재적 불안요인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저축은행 부실사태는 물론 가계부채 급증, 금융회사 외형경쟁 등 당면한 과제들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권 원장은 취임사에서 논어 태백편에 나오는 '임중이도원(任重而道遠·책임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 구절을 인용하며 금융 감독 및 검사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고 못박았다.
금융회사 건전성 감독과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금융회사들이 단기적 성과에 집착해 리스크 관리를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며 "글로벌 금융규제 강화 추세에 맞춰 건전성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소비자와 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보호 및 지원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며 "포청천처럼 공정한 심판관이 되자"고 덧붙였다.
◆금융당국 강성 기조에 금융권 '예의주시'
금융권은 긴장하고 있다.
기존 김 위원장에 이어 권 원장까지 당국의 역할 강화를 강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산적한 현안들을 해결하기 위해 금융위와 금감원이 공동전선을 형성한 모양새다. 김 위원장과 권 원장은 행시 23회 동기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부실 저축은행 처리 등을 지켜보며 김 위원장의 추진력은 확인했다"며 "오히려 금융회사 업무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금감원 수장까지 강성 선언을 하니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권 원장은 취임 이후 금감원의 검사인력을 대거 확충할 계획이다. 조직구조도 본부장 제도를 폐지하고 기존 국장직을 부활시킬 예정이다.
야전에서 금융권을 감시할 인력을 늘리고 이를 지휘할 강단있는 야전사령관을 임명하겠다는 취지다.
금감원 관계자는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진 후 위기극복이 급선무라 금융권에 대해 어느 정도 온정적인 측면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권 원장은 이 같은 기조에서 탈피하겠다는 선언을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 금감원 내부 개혁 가속도
권 원장은 금감원 내부의 문제도 지적했다. 그동안 안일함에 빠져 금융권에 대한 감시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그는 "주어진 과제와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감독당국이 먼저 변해야 한다"며 "조직쇄신을 통해 감독의 효율성을 높이고 부서 이기주의를 타파하겠다"고 말했다.
또 "부서간 정보 공유의 폭을 넓히고 상호 소통도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금감원 내부에서는 감독당국의 수장이 금융권 부실문제를 감독의 실패로 규정하는 듯한 인상을 내비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금융위와의 공조는 전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권 원장이 직전까지 금융위 부위원장으로 재직했던 데다 금융위원장과 행시 동기로 많은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안다”며 “여러 측면에서 전보다 공조 체제가 공고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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