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수사국(FBI)은 12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템플시티(Temple City)에 가짜 모병 센터를 두고 중국인 이민자들을 상대로 미군 입대 사기를 벌여, 최대 800명에게 피해를 입힌 주모자를 검거했다.
주모자 데이비드 덩(David Deng·51)은 군 입대를 통한 시민권 획득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을 악용해, 자신이 미군 모병 대리인인 것처럼 속여 '미 육군 특공대 예비군' 입대 신청을 받고 수수료를 챙겼다. 자신이 꾸며낸 '군회원' 제도에 가입시켜 1인당 300~450 달러를 받고 또 매년 수수료로 120 달러를 챙긴 혐의다.
신청자들은 덩의 사기 활동을 전혀 눈치재지 못했다고 한다. 덩의 인솔 하에 실제 육군 모병센터를 방문했는가 하면, 미군 박물관도 군복을 입고 관람했다고 한다. 덩은 중국인 음력 설 퍼레이드에 '자신의 군 병력'을 인솔하고 참가할 정도로 대담한 사기 행각을 벌였다. 이들은 덩이 구입해 지급한 군복, 모의 총기, 계급장, 소속 부대 마크까지 하고 공개행사에 참석하곤 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자는 최소 100여명. 덩이 만든 예비군 조직 회원 명부가 800명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 대부분이 피해자라고 추정된다고 당국은 밝혔다. 캘리포니아는 물론이고 멀리 조지아 등지에 거주하는 중국인 이민자들도 덩의 사기에 넘어갔다.
이들은 덩이 설명하는 대로 돈을 내고 예비군에 일단 소속됐다가 시간이 지나면 미 시민권을 받게 된다고 믿었다. 또한 덩이 발급한 가짜 예비군 신분증은 교통 법규 위반으로 경찰에 적발됐을 때도 빠져나가는 수단이 된다고 피해자들은 믿었다. 이번 수사는 로스앤젤레스(LA) 경찰이 중국인 이민자들이 '이상한 신분증' 제시한다고 제보하면서 본격화됐다고 당국은 밝혔다. 교통 경찰이 군 신분증을 제시하면 봐준다는 소문은 미 한인사회에도 퍼져 있다.
9·11 사태 이후 미국 영주권 및 시민권 취득이 점점 어려워지면서 이민자들 사이에서는 조금이라도 더 빨리 신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미군 입대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2009년 모병 행사 결과 한인이 전체의 23%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힌두어와 중국어를 구사하는 이민자들이 그 뒤를 이었다. 아직까지 한인을 상대로 한 유사 사기 행각이 드러난 적은 없다.
덩은 현재 13가지 중범죄 항목의 기소를 받고 구속됐다. 덩은 자신의 집에 아동 포르노물도 소지하고 있었다고 당국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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