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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최저가낙찰제에서 덤핑으로 공사를 수주한 경우, 낙찰자는 가장 먼저 노무비의 삭감을 떠올린다. 숙련인력보다 미숙련된 인력을 고용하고 10명을 투입할 작업 인력은 7~8명으로 줄이게 된다. 저임금 근로자를 찾다보면 외국인 근로자의 채용도 늘어난다. 대한건설협회에 의하면 외국인 건설근로자의 70%가 최저가낙찰 공사 현장에 투입된다고 한다. 외국인 근로자는 숙련공인 경우가 드물 뿐만 아니라 의사소통도 어려워 산업재해에 무방비로 노출될 가능성도 높다.
최저가낙찰제는 가격만을 가지고 경쟁하는 입찰 방식이다. 비록 입찰 참가 자격에 대해 사전심사를 하고 있으나 공공공사 최저가 입찰에 평균 50여개 사가 참여하고 있는 것을 볼 때 사전 확인이나 검증 기능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 해당 공사에 대한 입찰자의 기술력이 거의 동일하다는 가정 하에 ‘가격’만을 보고 낙찰자를 선정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입찰자의 기술력은 결코 동일하지 않다. 해당 공사에 가장 경험이 많은 업체도 있고 최고의 기술인력을 보유한 업체도 있다. 그러나 최저가 입찰에서는 이러한 기술력이 평가되지 않는다. 기술력의 우열에 상관없이 언제나 평균치 능력만을 인정받기 때문에 우량업체나 부실업체 모두 기술력 향상에 노력할 이유가 없어진다. 결과적으로 최저가낙찰제는 기술 우위에 있는 우량기업에겐 불리하고, 부실업체에겐 매우 유리한 제도라고 볼 수 있다. 결국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게 되고 부적격한 입찰자를 낙찰자로 결정하는 역선택(Adverse selection)의 문제를 유발하며, 시장실패로 귀결될 수 있다. 최근 최저가낙찰 현장에서 산업재해가 급증하는 현상이나 최저가 공사를 적극적으로 수주한 업체들이 부도나 워크아웃으로 내몰리는 현실을 보면, 건설산업에서 이미 시장 실패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이나 영국 등 외국에서도 과거에는 공공공사 입찰에서 최저가낙찰제를 널리 활용했던 적이 있다. 그런데 가격만의 경쟁을 추구한 결과, 발주자와 시공자간 적대적 관계가 심화되었고,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과도한 클레임이 발생하기도 했다. 부실공사와 산재 급증, 하자보수분쟁 등도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기도 했다. 결국 값비싼 대가를 치룬 후에 최저가 대신 최고 가치를 추구하는 공공조달의 혁신을 도모할 수밖에 없었고, 그 이후 가격보다 기술력을 중시하는 입찰제도가 널리 보급된 바 있다. 일본도 과거에는 최저가낙찰제를 주로 활용했으나 최근 국토교통성에서 발주하는 모든 공사는 가격과 기술력을 동시에 평가하는 종합평가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300억원 이상 모든 공공공사는 무조건 최저가낙찰제로 발주하도록 의무화돼 있다. 더구나 내년부터 최저가낙찰제 적용 대상을 100억원 이상으로 확대한다고 해서 시끄럽다. 100대 건설기업 가운데 30여개 사가 법정관리나 워크아웃 상태라는 점을 감안할 때, 최저가낙찰을 확대할 경우 건설산업 자체가 붕괴될 우려가 있다. 최저가 확대를 빌미로 대기업이 지방 중소건설사의 시장영역을 잠식할 우려도 높다. 최저가낙찰제가 상생이나 약자보호 등 현 정부의 정책 방향과 일치하는 제도인지, 나아가 적자시공을 강요하는 것이 공공조달의 목표인지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심사숙고해 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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