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회복기에 연이은 기업공개(IPO)를 통해 ‘대박’의 꿈을 꿨던 상당수 투자자는 울상을 짓고 있다.
신규 상장 종목의 공모가 부풀리기를 차단하려는 금융당국의 깐깐한(?) 상장 심사도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한국거래소에 상장한 새내기 종목은 유가증권시장 5개, 코스닥시장 16개 등 총 21개다. 9일 종가 기준으로 공모가를 웃도는 종목은 현대위아, 일진머티리얼즈 등 11개다.
현대위아는 공모가 대비 117.69% 상승해 올해 최고 대박 상장주에 등극했다. 일진머티리얼즈(98.42%), 티피씨글로벌(75.77%), 이퓨쳐(74.22%) 등도 70% 이상 올랐다.
10% 이상 오른 종목은 부스타(22.62%), 인트론바이오(19.51%), 씨그널정보통신(18.82%), 제이엔케이히터(13.97%), 나노신소재(10%) 등이다.
인텍플러스(7.14%), 두산엔진(4.40%) 등은 공모가를 웃돌고 있지만, 등락이 심해 다시 공모가 밑으로 내려설 수도 있다.
케이비게임앤앱스스팩, 블루콤, 엘비세미콘, TK케미칼, 딜리, 다나와, 케이아이엔엑스, 중국고섬, 티에스이 등 9개 종목은 모두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본전도 못 건진 셈이다.
공모가가 4만5천원이었던 티에스이(-62%)는 공모가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칠 정도로 추락했고, 불투명한 회계처리로 ‘차이나디스카운트’ 논란을 일으킨 중국고섬은 공모가보다 40%나 하락해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다나와(-28.71%), 케이아이엔엑스(-28.75%), 딜리(-24.25%) 등도 공모가 보다 20% 이상 낮게 주가가 형성돼 있다.
상장 직후 형성된 시초가와 비교하면 결과는 더 나쁘다.
주가 급등을 기대하고 상장 직후 주식을 사들인 투자자들이 적시에 팔지 않았다면 적잖은 손실을 보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공모가 보다 1만1천600원 높은 6만6천600원에 시초가를 기록한 티에스이의 현 주가는 이보다 74% 낮은 1만6천850원이다.
상장 첫날 상한가를 기록했지만, 일일천하에 그쳤다. 다음날 시초가를 밑돌더니 공모가 아래로 내려앉는 데는 14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시초가가 2만5천800원이었던 다나와는 9천990원으로 61% 하락했고, 1만4천원이던 인텍플러스는 현 주가가 시초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7천310원으로 주저앉았다.
현 주가가 시초가 보다 20% 이상 급락한 새내기주는 7개로 전체 신규 상장 종목의 3분의 1에 달했다. 10% 이상 하락한 종목은 총 13개로 절반을 넘었다.
시초가 보다 높은 종목은 일진머티리얼즈(104.90%), 현대위아(84.97%), 부스타(36.24%), 티피씨글로벌(30.57%), 제이엔케이히터(26.53%), 나노신소재(6.55%) 등 6개에 불과하다.
이런 현상은 공모가에 많은 ‘거품’이 낀 결과로 풀이된다.
한 증권사의 스몰캡 애널리스트는 “금감원의 심사 강화로 공모가 프리미엄이 과거보다 상당폭 줄었지만, 신규 상장 종목의 상당수 주가수익비율(PER)이 여전히 시장 평균치를 웃돌고 있다. 거품이 여전하다는 증거다”고 지적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공모가 부풀리기는 결국 투자자의 손실로 연결될 수 있다.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상장 기업과 주관사를 상대로 적정하게 공모가를 매겼는지 세심하게 살필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피가 강세를 보일 때 코스닥이 상대적으로 부진한 것도 새내기주의 약세 요인이다.
올해 상장된 21개 종목 코스닥 상장사는 16개에 달한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5개 종목 중 중국고섬을 제외하고는 모두 공모가를 웃돌았지만, 코스닥시장 상장 16개 종목 중 절반인 8개는 공모가를 크게 밑돌고 있다.
올들어 코스피는 작년 말 대비 4.3% 올랐지만, 코스닥은 1.2% 하락했다.
새내기주의 성적이 좋지 못하자 공모주를 포트폴리오에 담는 공모주펀드 수익률도 바닥을 기고 있다.
펀드평가사인 제로인에 따르면 설정액 100억원이 넘는 27개 공모주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평균 1.44%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펀드 수익률 7.73%의 5분의 1 수준이고, 국내 혼합형펀드의 수익률 3.46%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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