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진의 육조거리24시] 탈북자 정책 실효성 높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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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5-1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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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정경진 기자) "탈북자들은 한국말을 사용한다는 것만 우리가 같을 뿐 사실 외국인이나 다름 없어요."

수년간 탈북자들의 국내 정착을 돕는 활동을 한 뒤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에서 일하고 있는 정은주 차장은 "오랫동안 폐쇄된 사회에서 살았던 북한 출신 주민들이 짧은 기간에 한국에 정착해야 하는 것부터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국내로 들어온 탈북자들이 국가정보원과 경찰청 등 관계기관의 합동신문에 이어 하나원에서 3개월간의 적응교육만 받고 사회에 진출하기엔 시간적으로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합동신문 기간은 외부와 차단된 보호상태이므로 실제 교육기간은 3개월에 불과하다.

하나원 퇴소 이후에도 정착에 도움을 주는 도우미 제도가 있지만 탈북자들은 결국 엘리베이터 이용법, 택배 받는 법, 쓰레기봉투 사용법 등 모든 사회생활을 혼자서 배우고 익혀야 한다.

무엇보다도 낯선 사회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야 하는 현실이 그들을 더욱 힘들게 한다.

한국 생활이 3년째인 탈북자 김모씨는 "같은 임대아파트에 사는 주민들이 북한 출신이라는 것을 알고는 인사조차 기피한다"면서 "결국 탈북자끼리 어울리면서 계속 단절된 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탈북자 개인의 사정을 일일이 챙길 수 없는 정부로서는 형평성을 맞춘 경제적 지원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탈북자 1인당 일괄적으로 초기정착금 600만원과 주택보증금 1300만원을 주고, 취업장려금도 최고 2400여만원을 지급한다. 또한 임대주택 입주권과 함께 생계급여 42만원, 의료보호 혜택, 직업훈련비 등 체계적인 지원이 이뤄진다.

그러나 초기정착금은 국내 입국을 도와준 중개인(브로커) 비용으로 대부분 써야 하는 경우가 많다. 중국이나 북한에 두고 온 가족을 데려올 경우 더 많은 비용이 필요해 한국에 정착하기도 전에 빚부터 지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탈북 여성들이 중국 등지에서 은신해 살면서 낳은 자녀들은 출생증명이 힘들어 어렵게 국내로 데려오더라도 비보호대상으로 분류되는 것도 문제다.

당국은 취업장려금제도 등을 통해 탈북자 일자리 창출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취업문제는 정부로서도 풀기 어려운 숙제다. 많은 탈북자들은 어렵게 취업을 하고서도 건강문제와 가치관의 차이, 사회적 편견 등 유형무형의 다양한 장벽에 부딪혀 정착에 실패하는 사례가 많다. 탈북자의 고용률은 41%에 불과하다.

탈북자들의 국내 정착을 도와주는 전문가들은 북한 출신 주민들에 대한 지원과 교육도 필요하지만 국민들의 인식 개선이 더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남북한 주민들의 사회적 통합 문제가 탈북자 정착의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만큼 서로 어울리면서 사는 방법을 배우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2002년 한해 1000명 수준이었던 탈북자는 10년 만에 3배 가까이 급증했다. 북한의 경제난을 벗어나 국내로 들어오려는 이들은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탈북자 정착 프로그램이 피상적인 지원에 그치지 말고 현실에 맞게 보완돼야 미래의 통일비용도 줄어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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