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와 헌법재판소의 시대착오적 인식을 국제사회에 알리겠습니다.”박지웅(30)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사무차장은 군 법무관으로 복무하던 2008년 국방부의 불온서적 지정에 항의해 헌법소원을 냈다는 이유로 파면됐다.
그는 지난달 30일 개막한 유엔인권이사회에 한국 비정부기구(NGO) 대표단으로 참석하고자 2일 스위스 제네바로 출국한다.
박 차장은 출국에 앞서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라뤼 보고관이 보고서에 수록한 불온서적 사건의 피해자로서 상징성이 있다고 해 초청받은 것”이라며 “현지에서 이 사건에 대한 국민 여론 등 국내 분위기를 구체적으로 전하겠다”고 말했다.
유엔 등 국제사회의 권고에 법적 구속력은 없다. 그러나 한국도 주요 유엔 인권협약 당사국인 만큼 권고를 통해 인권 문제에 관한 국제적 기준을 따르도록 압박할 수 있으리라는 게 박 차장의 생각이다.
그는 “프랑스와 터키 등에서도 도서를 통제한 전례가 있었으나 모두 위헌 결정이 났다”며 “도서 통제가 매우 비민주적 처사임을 각국 사법부가 입증했는데 우리 헌재가 합헌 결정을 내린 것은 시대착오적이다”라고 말했다.
박 차장은 “불온서적 사건은 군 조직 내에 산재한 수많은 인권침해 사례 중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며 “군과 경찰, 학교, 공무원 집단 등 특수집단에서 표현의 자유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사법연수원 37기로 2008년 연수원을 수료하고 법무관으로 임관한 그는 국방부가 불온서적 목록을 내놨을 당시 “일반 국민은 물론 같이 복무하던 동료까지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이었다”며 헌법소원을 낸 취지를 설명했다.
당시 사건을 계기로 정치적 자유주의에 관심이 커졌다는 그는 “세계 최강인 미군조차 장병의 서적 반입에 제한을 두지 않는 것으로 안다”면서 “강한 군대는 구성원이 다양한 생각을 자유로이 공유할 때 육성되지 사상을 통제하거나 정훈교육 몇 번 한다고 해서 전투력이 강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차장은 “군 옴부즈맨 제도를 활성화하고 인권조사관의 자유로운 부대 출입을 허용하는 등 군 조직에 민간인 참여를 늘려야 한다”며 “물리적 군사력 못잖게 합리적 제도를 갖추는 것이 진정한 군 개혁”이라고 덧붙였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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