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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봉길 한중일협력사무소 사무총장 |
지난달 22일 공식 임명된 신 대사는 9일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내년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보이는 한·중·일 3국 정부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아시아경제공동체 건설'이라는 비전 실현에 큰 모멘텀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한·중·일 FTA는 큰 방향에서 피할 수 없는 대세라고도 못박았다.
정부가 한·중·일 FTA에 대해 산·관·학 공동연구를 올해안에 마무리짓겠다는 의지를 밝힌 가운데, 그는 "산업구조 등 제반 경제여건에서 다른점이 많은 만큼 일단 낮은 단계의 FTA로 시작해서 높은 단계로 발전해 나가는 수순을 밟아야 할 것"이라고 협상타결 자체에 보다 큰 의미를 부여했다.
신 대사는 "전세계 경제를 견인하고 있는 주요국가들은 모두 어떤 형태로든 인근국가와 경제공동체를 구성하고 있다. 세계경제를 견인하는 가장 핵심센터라고 할 수 있는 동북아지역에서 아직 경제공동체가 태동되지 않고 있는 것은 매우 예외적인 현상"이라며 안타까운 심정을 우회적으로 피력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10년 현재 한·중·일 3국은 세계 인구의 22.3%, 국내총생산(GDP)의 19.6%, 교역량의 17.6%, 외환보유액의 45.7%를 차지하는 거대경제권역으로 부상했다. 2010년말 현재 동북아 3강이 세계교역량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7.6%(1조4199억 달러)로 1999년에 비해 4.9%포인트나 늘었다. 같은 기간 3국간 교역액 역시 1294억 달러에서 5884억 달러로 무려 4.5배나 급등했다.
경제규모만으로 보더라도 미국과 멕시코를 아우르는 NAFTA(북미자유무역지대), EU(유럽연합)에 이어 세계 3위수준이다.
더욱이 올해 일본이 겪은 미증유의 대재난은 3국간의 지리적 근접성과 함께 정서적 유대감을 고양시키는 촉매제로도 작용했다.
"한·중·일 3국간에는 불행한 과거 역사 등으로 경제공동체를 추진해 나가는 데 여러 장애요인들이 있는 게 사실"이라는 신 대사는 그러나 중국과 일본이 앞다퉈 우리나라와 FTA 체결을 요청하고 있는 것처럼 한국이 지정학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독특한(유니크한)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다"며 "이런 점에서 3국간 협력을 위한 상설사무국 초대 수장으로 일하게 된 것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남다른 감회를 피력하기도 했다.
신 대사는 "상설 사무국은 한·중·일 3개국 직원들이 함께 일하는 국제기구인 만큼 조기에 정착할 수 있도록 조직·행정 등 제반 인프라완비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며 "상설사무국이 한·중·일 3국협력의 명실상부한 허브로서 자리잡을 수 있도록 기초를 착실히 닦아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신 대사는 특히 상설사무소 역할과 관련해서 "당연히 한·중·일 FTA 체결문제를 3국의 주요 현안으로 부각시키면서 관심을 가지고 챙겨나가겠다. 3국 협력사무국을 한국에 유치한 것도 그러한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며 "현안인 FTA 산관학 공동연구에서도 중간자적인 입장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3국 국민들에게도 호혜평등의 원칙에 입각해 지지를 보내줄 것을 간곡히 호소했다. 신 대사는 "과거의 역사나 영토문제 등을 떠나 좀 더 대국적인 입장에서 문제를 키워나가는 게 중요하다"며 "그런점에서 한·중·일 3국 국민간의 공동체의식과 번영의 비전을 키워나가는 노력에 최선을 다해 나갈 생각이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한·중·일은 지난해 5월 제주에서 열린 3국 정상회의에서 향후 10년간 포괄적 미래비전인 '3국 협력 VISION 2020'을 채택하고, 올해안에 3국 협력 사무국을 한국에 설치키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일본 동경에서 열린 한·중·일 3국 외교장관들이 신 대사를 초대 사무총장으로 임명하고, 중국의 마오닝(Mao Ning) 한반도사무실 주임, 일본의 마츠가와 루이(Matsugawa Rui) 주한 참사관이 각각 사무차장으로 선임됐다.
북핵 등 한반도 관련 업무를 해 온 마오 사무차장은 마오쩌둥 전 국가주석의 직계 혈통이며, 마쓰가와 사무차장은 남편도 주한 대사관에서 일하는 부부 외교관이다.
사무국은 한국 정부가 광화문 인근에 사무실 임대료를 부담하고, 3국이 인건비 등 운영비를 공동 부담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정부는 한·중·일 간 긴밀한 협의를 통해 인력 충원 등 규모를 확대하고, 송도로 이전하는 방안도 중장기적 과제로 추진할 예정이다.
◆신봉길 사무총장은 누구인가
한·중·일 3국 협력사무국 초대 사무총장에 기용된 신봉길 외교통상부 본부 대사(55년생)는 직업외교관으로서 주중공사와 주일서기관을 거쳐 경수로기획단 특보공보관, 주요르단대사를 거쳐 최근까지 본부 국제경제협력대사로서 일해왔다.
경북 의성 출신으로 경기고와 서울대 외교학과, 중국 베이징대 연수를 거쳐 외무고시 12회로 공직에 입문, 줄곧 외교분야에서 요직을 두루 거쳤다. 서울대 재학시에는 '대학신문' 편집장을 지내기도 한 신 사무총장은 폭넓은 대언론 이해를 바탕으로 외교부내 마당발이라는 평가를 얻고 있다. 지난 2003년에는 외교통상부 공보관을 역임했다.
신 사무총장은 "한·중·일 3국은 경제력과 국력면에서 지구촌의 일급(top-tier) 국가들이 됐다"며 "이들 국가를 협력의 끈으로 묶는 상설사무국 초대 사무총장으로 발탁된 것을 큰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본지가 기획한 아시아경제공동체 시리즈에 큰 관심을 보인 신 사무총장은 "중국과 일본에도 이같은 메시지가 반드시 전달되기를 희망한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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