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용훈 기자) "중국 상장사를 모두 찬밥 대접하고 있지만 옥석은 있어요. 우량 중국주를 보면 해외시장에 상장한 경쟁업체보다 주가가 저평가됐으면서도 실적은 되레 더 좋거든요."
증권가는 수익성·건전성 모두 괜찮은데도 '차이나 디스카운트' 탓에 덩달아 주가 약세를 보이는 중국주도 있다면서 차별적인 접근을 권했다.
중국 기업에 대한 불신이 중장기적으로 해소되는 과정에서 주목받을 회사로는 중국식품포장이나 차이나그레이트가 꼽혔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코스닥에 상장한 외국 기업 18개 가운데 코라오홀딩스·뉴프라이드·네프로아이티 3개사를 뺀 15개사가 중국 회사다.
중국주 15개 가운데 90%에 맞먹는 13개사 주가는 연초부터 9일까지 13~96% 하락했다.
성융광전투자가 96.32% 내려 가장 많이 떨어졌다. 차이나하오란(-78.44%) 차이나킹(-74.95%) 3노드디지탈(-66.52%) 이스트아시아스포츠(-61.85%) 웨이포트(-51.93%) 5개사도 50%를 웃도는 낙폭을 기록했다.
증권가에서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는 차이나그레이트(-50.00%)와 중국식품포장(-19.38%) 또한 하락했다.
◆中 내수시장 회복 주목
중국주가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인 데 비해 지속적인 중국 내수시장 성장은 관련주에 재평가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전망됐다.
금속포장용기(캔)를 만드는 중국식품포장은 본국 시장에서 점유율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 메이저 음료업체인 루루나 하북양원이 진출하는 지역마다 자회사를 세워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식품포장 자회사는 2009년 3월 코스닥 상장 당시 2개에서 현재 6개로 늘었다. 자회사에 속한 손자회사도 2개가 생겼다.
중국식품포장은 본국 차(茶) 문화와 장거리 여행 영향으로 해마다 평균 16% 이상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3월 결산인 이 회사는 2010 회계연도 1~3분기(2010년 4~12월) 연결 기준 매출 4억8100만 위안을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78% 가까이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67% 가까이 늘어난 4880만 위안으로 집계됐다.
3월에는 골드만삭스 계열인 아일랜드 투자사를 상대로 1000만 달러 상당 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 매출이 정체되고 있는 중국 동부와 남부에서 벗어나 인수·합병(M&A)을 통해 내륙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유진호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식품포장에 대해 "연간 생산능력은 현재 15억개에서 연말 24억개로 확대될 것"이라며 "중국에서 1인당 캔 포장식품 소비량은 선진국 10% 수준이지만 경제 성장으로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의류와 운동화를 만드는 차이나그레이트도 중국 내수시장 성장에 따른 수혜주로 꼽혔다.
이 회사가 고유 상표를 붙여 만드는 운동화 월드케이프는 중국시장 점유율 10위 안에 든다. 중국 현지 24개 총판으로부터 주문을 받아 생산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5월에는 22개사로부터 1312억2448만원어치를 수주했다.
매출 74%를 점하는 운동화뿐 아니라 나머지를 차지하는 의류 부문도 급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매출은 2010 회계연도 3562억원으로 전년보다 22% 이상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535억원으로 13% 넘게 늘었다. 이 회사는 2010 회계연도 결산 배당으로 1주당 72원(시가배당률 3.4%)을 지급했다. 차이나그레이트는 이런 배당 성향을 유지할 계획이다.
김희성 한화증권 연구원은 "중장기적인 성장이 예상되는데도 차이나 디스카운트 탓에 주가수익비율(PER)은 올해와 내년 각각 5.1배와 3.9배 수준"이라며 "중국 내수소비 성장이나 위안화 절상을 감안하면 지금 주가는 현저하게 저평가됐다"고 전했다.
◆불신 해소 관건은 소통
중국주 15개사는 2010 회계연도 영업이익을 전년보다 평균 22% 이상 늘렸다. 이런 실적에 비해 투자자와 소통 결여 탓에 중국주 전체에 대한 불신이 해소되지 않는 것으로 지적됐다. 신뢰를 잃은 상황이라 헛소문 하나에도 주가가 급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원양자원 주가는 인터넷에 올린 어선 사진에 대한 조작 논란으로 연일 떨어졌다. 장화리 중국원양자원 대표는 직접 서울에 와 유언비어를 퍼뜨린 당사자를 찾아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정성훈 교보증권 연구원은 "중국주 가운데 선두 기업이 투자자와 소통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며 "그래야 나머지 기업도 이를 따르면서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지적이 이어지면서 중국 상장사 가운데 한국인 사외이사를 뽑는 곳도 나왔다.
왕위에런 차이나킹 대표는 이달 초 중국 현지 기업설명회(IR)에서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한국인 사외이사 영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진민 중국식품포장 대표도 "한국거래소나 관련 업체를 통해 투자자와 소통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진 대표는 "홍콩 증시에 상장한 경쟁업체보다 실적에서 앞서는데 PER은 더 낮다"며 "한국에서 조달한 자금으로 회사도 꾸준히 성장해 왔지만 주가는 이런 속도를 못 따라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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