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햄프셔 고프스타운에서 열린 토론회는 그러나 서로의 정견을 발표하는 자리라기 보다는 입을 모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공격하는 기회가 됐다.
예를 들어 팀 폴렌티 전 미네소타 주지사는 오바마의 헬스케어(건강보험개혁법)를 '오바마 돈 케어(Obamneycare)'로 정의한 것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사실상 오바마의 헬스케어는 지난 2006년 미트 롬니가 메사추세츠 주지사였을 때 만든 전 주민 의료보험을 근간으로 한 것인데, 오바마만 공격을 당한 것이나 다름 없다.
이날 가장 큰 깜짝쇼는 미쉘 바크만 미네소타 연방하원의원이 선거 출마를 공식화한 일이다. 바크만은 "이달 말까지는 공식 출마 선언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었다.
세인트 안셀름 칼리지에서 열린 이날 토론회는 공식적으로는 공화당의 두번째 대선 후보 토론회였지만, 지난달 사우스 캐롤라이나에서 열린 첫번째 토론회에는 다섯명만 나왔기 때문에 규모로 봐서는 첫번째로 여겨지고 있다.
여전히 공화당 후보들은 전국적인 인기 몰이를 하는 후보가 거의 없는 형국이다. 오로지 미트 롬니만 지지세를 확대하고 있으며 최근 가상 투표 및 여론 조사에서 오바마에 이길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롬니는 지난 2008년 선거 운동을 했을 당시의 여세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유일한 공화당 후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롬니가 서명해 법으로 발효한 미네소타의 전주민 의료보험이 오바마에 의해 사용되고 있는 현실 등이 그에게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한가지 큰 변수는 최근 급부상한 보수 시민 운동 '티파티(Tea Party)'가 어떤 형태로든 후보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것인란 점이다. 티 파티는 지금까지의 공화당 질서와는 전혀 다른 급진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롬니는 이에 따라 자신의 강점으로 내세울 수 있는 비즈니스맨 경력, 즉 자신이 미국 경제를 다시 일으킬 수 있는 장본인이라는 점을 유권자들에게 각인시키려 이날 노력했다.
폴렌티는 자신만이 '약점이 있는 롬니'의 대안이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유권자들은 아직 냉담한 모습이다. 그는 지난주 발표한 매년 5% 경제 성장이 너무 낙관적이고 비현실적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티파티는 7명 중 유일한 여성 후보였던 바크만의 발언에 주목했다. 바크만은 제도권 정치인으로서 티 파티를 일군 장본인으로서 재야 티 파티라고 할 수 있는 새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가 아직 출마를 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본인이 가장 유력한 보수 공화당의 후보라고 여기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원과 갓파더즈 피자 창업자 허먼 케인(유일한 흑인 후보)도 보수 유권자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지만 아직은 다른 후보들에 비해 역부족이었다. 특히 깅리치는 지난주 주요 참모 10여명이 한꺼번에 선거 캠프를 떠난 '초대형' 악재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릭 샌토럼 전 펜실베이니아 상원의원은 롬니가 예전에 낙태를 찬성했다가 최근 반대 입장으로 돌아선 것에 대한 질문을 받고는 "난 낙태 합법화에 반대한다"고 입장을 밝히고 "후보들이 입장을 명확히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롬니는 바로 "나는 분명히 생명을 지지한다"고 맞받아 쳤다.
이날 토론회에는 두 명의 거물이 참여하지 않았다. 페일린과 최근 분명히 선거 운동을 하고 있음에도 아직 출마 선언을 하지 않은 전 중국 대사 존 헌츠맨 주니어(전 유타 주지사)다. 이 밖에도 깅리치 캠프를 떠난 참모들 일부를 흡수한 릭 페리 텍사스 주지사도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