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는 (사회주의 국가인) 베트남에서 시위는 매우 보기 드문 일이라고 지적했다. 흔치 않은 시위는 보안당국이 순식간에 진압하게 마련인데, 같은 시위가 3주째 이어지고 있는 것은 정부의 묵인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남중국해의 영유권을 둘러싼 중국과의 갈등 수위가 얼마나 높은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남중국해 긴장감 고조…무력충돌 가능성 촉각
최근 남중국해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지난 8일 난사(南沙)군도에서 중국과 베트남의 국적선이 마찰을 빚으면서 수면 위로 떠오른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은 최근 무력충돌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며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중국과 베트남 간 갈등에는 이제 주변국인 필리핀과 대만은 물론 미국까지 가세하고 있는 형국이다.
일각에서는 무력 충돌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베트남은 지난 13일 남중국해에서 실탄 사격 연습을 벌였고, 1979년 중국과의 전쟁 이후 처음으로 징병령을 발동했다. 이에 맞서 중국은 현재 병력 9000명, 항공기 9대, 배 260척으로 이뤄진 남중국해의 해군력을 오는 2020년까지 1만5000명, 16대, 520척으로 증강할 계획이라고 차이나데일리가 지난 주말 보도했다.
대만과 필리핀도 중국과 베트남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만은 미사일을 장착한 쾌속정을 남중국해에 배치하고, 이달 말 군사훈련을 벌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도 최근 난사군도 인근에 1600t급 호위 초계함을 파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오는 28일 필리핀과 다음달 베트남과 합동훈련을 실시하기로 하는 등 반(反)중국 진영과 연합전선을 펴며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사공 많은 배' 난사·서사군도…6개국 영유권 주장
남중국해를 두고 각국이 영유권을 다투는 것은 사실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남중국해의 중심축인 난사군도와 서사(西沙)군도는 중국과 베트남, 대만,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이 서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분쟁지역이다. 중국과 베트남은 난사군도와 서사군도의 영유권이 모두 자국의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나머지 국가들은 일부에 대해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이들 6개국은 수년간의 다툼 끝에 2002년 영유권 논쟁을 자제하기로 합의했지만, 지난해 갈등에 다시 불이 붙었다. 유엔이 2009년 말까지 자국의 대륙붕 영유권을 주장할 근거자료를 제출하라고 하자, 중국과 베트남이 전보다 더 공격적으로 영유권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이후 중국은 수차례 베트남 어선을 나포했고, 베트남은 탐사작업을 한다는 이유로 해군력을 동원하며 맞불을 놨다.
이번에 중국과 베트남 사이에 긴장감이 고조된 것도 베트남의 원유 탐사작업이 빌미가 됐다. 중국은 지난 8일 난사군도 인근에서 베트남 군함이 자국 어선을 몰아내는 과정에서 베트남 탐사선의 케이블이 꼬였고, 이 배가 꼬인 케이블로 자국 어선을 끌고 가 케이블을 끊을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베트남 측은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탐사작업을 하던 자국 선박의 케이블을 중국 어선이 고의로 끊었다고 맞서고 있다.
◇'제2의 페르시아만' 남중국해…'석유'가 갈등의 핵
남중국해에 대한 영유권 분쟁이 끊이지 않는 것은 무엇보다 이곳에 매장된 석유량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1988년 중국 해군은 베트남 선박 3척을 공격해 70명 이상의 사망자를 냈고, 1994년에는 남중국해에서 베트남의 석유 시추를 막아세웠다. EIA는 중국의 이같은 움직임이 경제가 급성장하는 사이 자국 내 석유 매장량이 급격히 줄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001년 이후 중국 경제가 연평균 10.5% 성장하는 동안 석유 매장량은 40% 가까이 급감했다. 이런 가운데 EIA는 남중국해에 매장된 석유가 영국 정유사 BP가 추산한 중국의 석유 매장량보다 14배 이상 많을 것으로 분석했다. 또 천연가스는 10배 더 많은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구체적인 수치로는 남중국해에 매장된 석유가 최대 280억 배럴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제2의 페르시아만'이라고 불리기에 충분한 양이다.
문제는 석유가 급한 게 중국뿐이 아니라는 점이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베트남의 석유 수요는 2025년까지 현재의 세 배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베트남은 자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해역에서 엑손모빌과 셰브런 등 국제 석유 메이저들과 함께 석유와 천연가스를 개발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필리핀도 수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20년 안에 석유와 천연가스 재고를 지금보다 40% 늘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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