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테바트론 가속기 한국오나…효용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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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8-08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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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일부 과학자들이 미국 페르미연구소의 테바트론(Tevatron) 가속기를 우리나라로 옮겨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주목된다. 테바트론 가속기는 지난 30여년간 우주 탄생의 순간과 우주를 이루는 기본단위인 여러 소립자의 비밀을 밝히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장비다.

그러나 이 가속기가 미국에서는 임무를 마치고 ‘퇴역’하는 장치인데다 테바트론 같은 고에너지 입자 가속기의 활용 분야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수조원의 이전 비용을 치르며 들여오기에는 투자대비 효용이 크지 않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8일 물리학계 등에 따르면 국내 일부 학자들은 최근 테바트론의 국내 이전 가능성을 페르미연구소 측에 타진했다.

현재 페르미연구소의 부소장을 맡고 있는 세계적 물리학자 김영기 박사도 “한국 교수 몇 분이 테바트론 가동이 중단된 뒤 한국으로 가져가 사용할 수 있는지 여부와 방법 등을 물었다”며 “국내 학자들이 테바트론을 활용한 연구 계획 등을 치밀하게 짜서 제출하면 가능할 것이라고 답했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9월께) 테바트론이 가동을 멈추는 것은 유럽입자가속기연구소(CERN)의 강입자가속기(LHC)에 대응하기 위한 차세대 가속기 프로젝트 일정 때문일 뿐, 테바트론은 앞으로도 수 십년동안 더 활용할 가치가 충분한 장치”라며 “상당한 이전 비용이 들겠지만, 한국에서 그만한 장치를 새로 짓는데 드는 비용과 비교한다면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소재 대학의 한 교수는 “이미 미국 관련 학계에서는 페르미 연구소 측이 테바트론의 한국 이전을 위해 가동 중단 시점을 당초 일정보다 늦추고 운영 예산 지원을 계속 받으려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당국인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아직 학계가 공식적으로 정부에 테바트론과 관련해 지원을 요청한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앞으로 이 같은 일부 학계 움직임이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구체적 프로젝트로 발전해 진행된다 해도, 여러 가지 측면에서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력한 자기장 속에서 입자들을 충돌시켜 새로운 소립자를 발견하고 우주 탄생 순간을 재현하려는 고에너지 입자 물리학계 입장에서는 당연히 크게 환영할만한 일이다. 국내에 관련 시설이 없어 지금도 해마다 많은 학자들이 테바트론 등 해외 가속기를 빌려 실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전에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에 비해 테바트론의 효용이 크지 않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가속기 전문가들은 땅속에 묻혀있는 테바트론을 부품별로 일일이 해체해서 옮겨와 다시 조립하는 데만 약 1조~2조원의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건설 예산 규모가 4천600억원 정도인 과학벨트 중이온가속기를 2~4개 더 지을 수 있을 만큼 막대한 재원이다.

한 원자핵·원자력 관련 학과 교수는 “예를 들어 중이온가속기의 경우 희귀 동위원소를 얻거나 의료, 생명공학 등의 분야에까지 응용될 수 있으나, 테바트론은 우주 탄생의 순간을 재현하기 위한 순수 연구용 시설”이라며 “유저(가속기 사용자)가 매우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더구나 테바트론보다 성능(입자 가속 능력)이 뛰어난 유럽입자가속기연구소(CERN)의 강입자가속기(LHC)가 지난 2008년 가동에 들어감에 따라, 앞으로 가속기를 통한 획기적 연구 성과는 LHC 쪽에서 나올 가능성이 더 큰 것이 사실이다.

1979년 완공된 테바트론은 총 길이 6.28㎞의 원형 가속기로, 이 안에서 주로 양성자와 반양성자를 빛의 속도에 가깝에 가속해 충돌시키는 실험이 이뤄져 왔다. 페르미연구소는 이 가속기를 이용해 1994년 당시까지 이론으로만 존재했던 소립자 ‘톱쿼크’를 발견함으로써 이른바 ‘표준 모형’을 실험적으로 입증한 바 있다.

최근에는 표준 모형이 예견했지만 아직 발견하지 못한, 모든 우주 입자의 질량을 결정하는 ‘힉스 입자’(Higgs boson)의 단서가 테바트론에서 포착됐다는 외신 보도가 전해지기도 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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