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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경수 기자) 3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킨타에서 시작되는 2011미국PGA(프로골프)투어 퀄리파잉토너먼트(Q스쿨) 최종전에는 173명의 선수들이 나간다.
그 속에서는 173개의 사연이 있다. 과거 세계랭킹 1위, 메이저 챔피언, 아마추어 최고수, 유명 프로의 손자나 아들, 마지막 홀 12m 거리에서 3퍼트를 해 1타차로 투어카드를 확보하지 못한 선수….
특히 눈에 띄는 선수는 52세의 토미 아머3세(사진)다. 그는 챔피언스투어에서 활약하는 시니어 프로인데도 생애 다섯 번째로 ‘지옥의 관문’이라는 Q스쿨에 응시했다. 출전자 중 최고령이다.
1959년 10월생인 그는 만 50세를 넘긴 2010년부터 챔피언스투어에서 활약했다. 올해는 챔피언스투어 23개 대회에 나가 네 차례 ‘톱 10’에 진입하면서 상금(61만4392달러) 랭킹 28위를 기록했다. 내년 챔피언스투어에서 뛰고, 먹고사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그런데도 그 어렵다는 Q스쿨에 자원출전했다.
그의 할아버지는 스코틀랜드 출신의 유명한 프로골퍼 토미 아머다. 할아버지는 메이저대회인 US오픈 브리티시오픈 USPGA챔피언십을 석권하며 이름을 날렸고,골프교습가로도 명성을 떨쳤다. 아머3세는 부모의 권유로 골프에 입문했고 1981년 프로로 전향했다. 프로데뷔 10년째인 1991년 피닉스오픈에서 첫 승을 거뒀고 그로부터 13년 후인 2003년 텍사스오픈에서는 투어 72홀 최소타수로 2승째를 올렸다. 내션와이드투어 2승, 멕시칸오픈 1승을 포함해 프로통산 5승이 전부다. 할아버지에 비하면 족탈불급이다.
그러나 그는 조급해하지 않는다. ‘슬로 플레이어’로 정평난 할아버지의 피를 받은 까닭일까. 손자도 서두르지 않았다. 8년전 텍사스오픈 우승 직후 “인생에는 단 하나의 여로가 있다. 나에게는 사랑하는 골프가 그것이다. 나는 결코 돈을 위해서 골프를 하지 않는다. 프로골퍼로 생활하면서 많은 좋은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다”고 버젓이 말했다.
이번 도전도 그의 인생관과 무관치 않아보인다. 챔피언스투어에 들어온지 2년이 되도록 우승을 못했지만 그는 어떤 성취(우승)보다는 과정·여행(프로골프 생활)을 더 중시하는 모양이다. 프로가 된 후 처음으로 올해 미국PGA투어 대회에 나가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나보다. 그래서 아들뻘인 ‘후배’들과 경쟁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것이다. 그것도 Q스쿨을 통해 당당하게 실력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가 Q스쿨에 나간 것은 2001년 이후 10년만이다.
그가 최고령으로 Q스쿨을 통과하면 2년전 브리티시오픈에서 환갑의 나이로 우승을 다퉜던 톰 왓슨(미국) 못지않은 ‘노익장’으로 박수를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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