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사장 인사 '실적'이 '장땡' 아니다

(아주경제 장기영 기자) 보험업계의 연말 사장 인사가 기업별 경영방침에 따라 온도차를 나타내고 있다.

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 12월 들어 최고경영자(CEO) 인사를 단행한 삼성화재와 LIG손해보험은 서로 다른 실적 추이에도 불구하고 나란히 기존 사장을 낙마(落馬)시켰다.

삼성화재가 해외사업에 가속을 붙이기 위해 높은 경영성과를 내고 있던 기존 사장을 끌어내린 것과 달리 LIG손보는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아 든 전임 사장에 무늬만 승진을 권했다.

LIG손보는 지난 16일 2012년도 조직개편 및 임원인사를 통해 김우진 대표이사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켰다.

김 부회장은 이번 승진으로 직위가 한 단계 상승했지만 대표이사직을 상실해 직책은 강등됐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대표이사를 겸직하지 않는 부회장은 결재권한이 없어 이빨 빠진 호랑이나 마찬가지”라며 “전임 사장 예우를 위해 택한 전시승진”이라고 평가했다.

보험업계 안팎에서는 김 부회장의 낙마 아닌 낙마 배경으로 저조한 경영실적을 꼽고 있다.

LIG손보의 지난 2010회계연도(FY2010) 당기순이익은 727억원으로 전년도 1483억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김 부회장의 사장 취임 이후 1247억원(FY2007), 1173억원(FY2008) 등 1000억원대 흐름을 유지했던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급상승하면서 반토막 났다.

특히 같은 해 1209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린 하위사 메리츠화재에 밀려 체면을 구기기도 했다.

LIG손보는 이 같은 점을 반영하듯 영업부서 근무경험이 풍부한 김병헌 법인영업총괄 부사장을 영업총괄 겸 법인영업총괄 사장으로 승진 기용했다.

반면 지대섭 삼성사회공헌위원회 사장은 우수한 실적을 시현하고도 3년 6개월여 몸 담은 삼성화재를 떠났다.

삼성화재의 FY2010 당기순이익은 6648억원으로 지 사장 취임 당해연도인 FY2008 대비 661억원 늘어났다.

또 올 1분기 보험 및 투자영업 실적을 크게 끌어 올려 전년대비 60% 높은 272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2분기에는 당기순이익 4827억원을 달성해 그룹 금융계열사의 중심인 삼성생명의 4047억원을 앞지르기도 했다.

그러나 지 사장은 삼성그룹 차원의 해외시장 진출 전략에 따라 삼성물산 기계플랜트본부장(부사장) 출신의 김창수 신임 사장에게 자리를 내줬다.

최근의 경영실적과 중점 추진과제를 고려한 대승적 판단이 이들 두 대표이사의 닮은 듯 다른 운명을 결정지은 것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사장급 임원 인사에는 실적 외에도 경영전략과 사업방향, 나아가 인맥까지 다양한 변수가 존재한다”며 “인사철을 앞둔 다른 보험사들 역시 크고 작은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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